해외여행 3편 - 스페인

바르셀로나에는 FC 바르셀로나의 흔적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었다.
시리즈
스페인으로 떠나기
원래는 튀르키예까지만 여행하고 집에 갈까 고민했는데 튀르키예까지 온 김에 유럽은 가봐야지 하는 생각도 들기도 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유럽 어디가 좋은지 물어봐서 친구들 중에 아무도 가보지 않은 스페인으로 떠나기로 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있고, 론다에 또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챗GPT가 추천하길래 챗GPT를 믿고 스페인으로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튀르키예 페티예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인 달라만 공항에서 출발해서 이스탄불에 있는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에서 경유해서 바르셀로나 공항으로 이동하는 경로이다.
경유 시간이 좀 짧긴 하지만 해당 공항은 터미널 자체가 없고, 수하물도 다시 붙일 필요가 없어서 충분하다고 판단해서 오후부터 바로 관광할 수 있는 해당 항공권으로 끊었다.
항공권은 32만원이 들었다.
그리고 체크인하고 탑승수속 할 때도 나보고 비자가 있는지 계속 묻는 것이었다.
나는 항공사 직원이면 당연히 알 줄 알았는데 몰라서 묻는 건지, 아니면 내가 제대로 알고 탑승하는 건지 확인하는 절차인지 모르겠는데 계속 물어보는 게 좀 짜증났다.
체크인 할 때야 그럴 수 있다쳐도 탑승수속 할 때는 이미 그런 절차를 통과했으니 여기 있겠지 왜 또 날 붙잡아두고 다른 승객을 먼저 태우는지 좀 짜증이 났다.

사비하 괵첸 국제공항에서 내려서 바르셀로나 행 비행기를 타러 가는데 무슨 도떼기시장 마냥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기다리는 내내 너무 답답했다.
너무 답답해서 환타를 사마셨는데 $7.82 (11,516원)으로 너~무 비쌌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행 비행기에서는 운좋게 창문 좌석에 배정되어 바깥 풍경을 보며 갈 수 있었다.
1일차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

바르셀로나 항공에 도착해서 짐을 찾는데 FC 바르셀로나 하이라이트 경기를 보여주었다.
공항에서부터 축구경기를 틀어주는 걸 보면 역시 명문구단이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었다.
스페인(+01:00)과 한국(+09:00)의 시차는 8시간이었기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는 22:45 쯤으로 잘 시간이었다.
기존 튀르키예와 시차가 2시간 정도 존재했지만 그렇게 크지 않아 시차 때문에 고생은 하지 않았다.
그리고 페티예에서는 낮에 18도까지도 올라갔는데 여기는 내리니까 4도에 바람까지 불고 그래서 갑자기 너무 추워졌다.
관광지 근처인 카탈루냐 광장 근처에 숙소를 잡았기 때문에 공항버스인 Aerobus를 타고 카탈루냐 광장까지 이동을 했다.
숙소는 Hostel Excellence를 3박 4일 조식없이 473,694원을 잡았는데 절대 비추한다. 장점이라고는 위치 말고는 없다. (카탈루냐 광장에서 도보 5 ~ 10분 사이)

우선 호텔이 아니라 호스텔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1층도 아니고, 엘레베이터도 없고 저 긴 계단을 캐리어를 끌고 올라가야한다.
맨처음에는 아무런 안내도 없어서 여기가 맞나?? 싶어서 반신반의 하면서 올라갔다.
데스크에는 사람이 없을 때가 태반인데 그거 때문인가 나한테 언제 체크인하는지 물어봤는데 그 시간에만 자리를 지키고 나머지 시간에는 농땡이를 피우는 것 같았다.
그리고 바르셀로나 같은 경우에 숙소에 관광세(숙소 등급 * 몇박 묵는지에 따라 다름)까지 내야해서 관광세로 €10.5 (17,825원)을 현장에서 결제해야했다. (다행히 카드 결제 가능)


그리고 가장 경악했던 게 화장실이 너무 좁아서 똥을 쌀 때면 벽과 거의 마주봐야하고 그리고 온수가 안 나온다는 것이었다.
데스크에 문의해봐도 보일러가 고장이 난 거 같다고만 말하고 내가 또 영어도 잘 안 되고, 상대방도 영어를 잘 못해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있는동안 샤워는 못하고 그냥 머리만 찬물로 감았다.
호스텔이라 그런지 별로 정감 가지 않는 숙소였고, 근데 여기는 물가도 높고 관광객이 많아서 그런지 좀만 좋은 호텔로 가면 3박에 90만원 정도도 나와서 큰 고민 없이 이 호스텔로 예약한 건데 후회가 됐다.
보일러가 고장나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고장났다면 절대절대 예약하지 않는 걸 추천한다.
구글 리뷰를 보면 1점 테러도 많은 걸 보면 여기는 정말정말 비추 한다.
카탈루냐 광장 근처로 가니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이 추운 날씨에 반팔이라니 그 열정이 엄청났다.
그리고 너무 배고파서 이른 저녁을 먹으려고 한식당을 뒤지다보니 하나 식당이라고 나름 유명한 한식당이 나왔다.

근데 가니까 문이 닫혀있는 게 아닌가?? 구글에도 Closed라고 돼있긴 했지만 오늘 저녁 장사를 하는 걸 봤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는데 역시나 닫혀있던 것이었다.
찾아보니 점심 장사는 4시 반에 끝나고 저녁 장사는 7시 반에 한다고 돼있었다.
그러면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의미인데 아예 불까지 꺼져있는 게 이해가 안 갔다.
챗GPT한테 물어보니 한국처럼 가게는 열어두고 휴식/저녁장사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퇴근했다가 다시 출근하는 거라고 했다.
그리고 왜 이렇게 늦게 저녁장사를 시작하냐고 물어보니 뭐 얘네가 원래 타임존도 +00:00이었는데 과거에 중앙 유럽 표준시(CET)로 한시간 땡기면서 원래 시간대보다 한시간 빠르게 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렇게 저녁을 늦게 먹는 거라고 한다.
내가 갔을 때가 5시 쯤이어서 2시간 반을 돌아댕겨야 했다. (밖이 너무 추웠는데 이 때 돌아다니면 안 됐었을 것 같다.)

돌아다니다 보니 사람들이 줄지어 서있길래 뭔가 싶어서 찾아보니 츄러스 맛집 Xurreria Laietana라고 한다.
나는 좀이따 저녁으로 한식을 맛있게 먹어야하니 먹고 싶은 걸 참았다.

그리고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너무 지저분하게 널브러져있어서 여기는 제대로 청소를 안 하나? 싶었다.




그리고 튀르키예에서 이미 많이 봐서 유럽풍 건물에는 큰 감흥이 없었지만, 그래도 바르셀로나 분위기가 나는 건물이나 풍경이 많아서 볼만했다.


그리고 락을 주제로 한 기념품 가게도 보여서 둘러볼만 했다.




그리고 라 람블라 거리 근처에 있는 라 보케리아 시장에서도 이것 저것 파는 걸 보는 묘미가 있었다.

대충 관광을 마치고 7시 반경에 다시 하나식당으로 가니 문이 열려있었다.
이 얼마만에 먹는 한식인가… 혼자 가니 눈치보여서 순두부찌개 + 제육볶음 두개를 시켜서 과식을 하였다.
처음에는 순두부찌개가 얼큰한 것처럼 느껴졌다가 먹다보니 그냥 그랬고, 제육볶음도 좀 달아서 그저 그랬다.
그래도 스페인에서 이정도 한식을 누릴 수 있다는 게 참 좋았고, 근데 가격은 사악했다. (€32.4로 54,903원을 냈다.)
한끼에 5만 4천원이라니… 엄청난 플렉스를 했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도 메뉴 두개를 시켰고 여기 물가를 고려하면 나름 합당하다고는 생각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카탈루냐 광장의 분수대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자라를 보았는데 자라가 스페인의 브랜드인 건 처음 알았다.
그래서 한국 대비 옷이 싸다고 해서 따뜻한 옷이나 하나 살까… 고민하다가 귀찮아서 그냥 숙소로 가서 잤다.
2일차 (구엘 공원 + 응급실)
2일차에는 새벽에 깨서 화장실을 가는데 뭔가 좀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근데 뭐 가끔씩 어지럼증을 약하게 느낄 때가 있곤 하다보니 뭐 별일이 아닌 줄 알았다.

아침이 되어 구엘 공원으로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러 갔다.
스크린도어가 없는 지하철역은 오랜만에 가다보니 뭔가 무서웠다.

그리고 교통카드도 코팅된 종이를 사용해서 찍는 게 신기했다. 일반적인 플라스틱 카드가 아니라 훼손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길거리에 다니는 버스도 지하철처럼 중간에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 게 신기했다.

구엘공원으로 가기 전에 카페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었다. (€9.75로 16,542원이었다.)
근데 먹고 나서 나중에 알고보니 이게 위에 엄청난 자극을 주는 조합이었다.
이베리코 염장햄 샌드위치(나트륨) + 오렌지 주스(산성) + 커피(카페인)이 공복에 확 들어가니 위에 무리를 줬던 것 같다.

구엘 공원으로 가는 계단인데 건물 외부에 저렇게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것도 신기했다.




구엘공원은 건축가인 가우디가 후원자인 구엘의 의뢰를 받아 고급 전원 주택 단지를 조성할 계획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볼만한 거리들이 많았고 가이드를 통해 설명을 받는 관광객이 많았고 심지어 한국인 무리들도 꽤나 보였다.
구엘공원의 입장료는 €28(47,503원)이었다.

구엘 공원 내부에 놀이터도 있었는데 이건 여기에 왜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끼리 왔다가 아이가 지쳐하면 여기서 놀아주는 건가?? 싶었다.
구엘 공원 안에서도 신기한 악기를 가지고 버스킹을 하는 아줌마가 있었다. 뭔가 음악 CD를 팔고 있었는데 본인이 연주한 음원인 것 같았다.
그리고 다른 버스킹하는 사람들은 듣는사람이 있던 없던 상관없이 본인의 예술혼을 불태우며 연주를 하는데 이 아줌마는 관광객 무리가 지나가지 않으면 바로 연주를 중단하는 모습을 보고 자본주의의 노예구나 싶었다.
구엘공원 관광을 마치고 공원 내부에 있는 공짜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보고 나니 갑자기 토가 하고 싶어졌다.
뭔가 몸상태가 이상해졌다는 것을 느껴서 뒤에 있던 일정들은 생각하지 않고 숙소로 가서 토를 하고 쉬었다.
토를 하니 좀 나아지는 것 같아서 좀만 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있었는데 30분 정도 지나자 또 토를 하고 싶어져서 토를 했다.



그리고 챗GPT에게 내 상황을 설명하고, 뭐 때문에 그런 건지 지금 내 몸이 어떤 상황인 건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등 자세히 물어보았다.
근데 계속 쉬어도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병원을 가야하나 고민이 들어서 또 챗GPT한테 엄청 상담을 했더니 현재 내 상황이라면 응급실을 가는 게 좋을 거 같다고 얘기했다.
말도 잘 안 통하고, 외국인 신분이고 돈이 엄청 깨질텐데… 하는 걱정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도저히 가만히 있어서는 해결이 될 문제가 아닐 거 같았다.
그래서 어떤 응급실을 가야하는지 물어봤는데 우버는 택시 잡는데 기다리고 또 내 숙소 앞까지 택시가 못 올수도 있고, 차타면 오히려 멀미가 더 심해질 거 같았다.
그래서 걸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한 2~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속이 안 좋다보니 더 천천히 갔다. 고개를 좌우로 돌리기만 해도 머리가 핑 도는 거 같아서 최대한 고개를 고정한 채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래서 Hospital Clínic de Barcelona로 갔는데 옆건물을 잘못 찾아갔는데 거기는 응급실이 아니라 뭔가 박물관? 전시관? 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그 건물 앞에서 관광객 무리가 있고 현지 가이드에게 뭔가 설명을 듣는 것 같아 보였다.
그래서 어디로 가야하는지 다시 설명을 듣고 응급실로 갔다.


응급실에는 3시 쯤에 도착해서 접수를 하다가 한 20분 정도 대기하다가 의사를 만나서 간단히 증상을 설명했다.
그리고 나서 무한 대기의 시작이었다. 여기서부터 또 한 3시간을 대기한 것 같다.
그리고 나서 내 순서가 되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갔는데 장소를 이동해서인지 또 구토감이 올라와서 화장실로 가서 토를 하였다.
그리고 여기서도 한 30분 ~ 1시간 정도 대기를 한 거 같고 그 다음에는 뭔가 빨간 젤리 같은 걸 먹어보라고 했다.

내 위가 이것들을 먹을 준비가 됐는지 확인하는 거 같은데 먹고 나서 한 20분 지나니까 또 바로 토를 했다.
그리고 또 한 30분 정도를 기다리니 그제서야 수액을 놔줬다.
수액을 다 맞고나니 물을 줘서 물을 마셨는데 또 20분 정도 지나니까 토를 했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수액을 한번 더 놔줬다.
이 때 수액을 맞느라 옷을 벗었더니 체온이 35.9도까지 떨어져서 몸이 달달달 떨려서 가지고 온 잠바를 덮었다.
그리고 수액을 다 맞고 나니 나보고 “Home! Go home!” 이러는 것이었다.
나는 아직 어지럽다고 했는데도 그냥 집으로 가라고 했다. 말 안 통하는 해외에서 아프기까지 하니 정말 서러웠다.
그리고 응급실 비용은 €295(500,679원)이 나왔다. (다행히 여행자 보험에서 100% 돌려받았다.)
1층으로 내려가니 또 구토감이 몰려와서 한번 개워냈다.
그리고 응급실을 나오니 10시가 넘은 시간이었다. 유럽의 병원이 얼마나 느리고 답답한지, 한국의 병원이 얼마나 쾌적한 건지 깨닫게 되었다.
한시간만 기다려도 너무 답답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아주 선녀였다.
아직 어지럼증이 남아있기 때문에 고개를 고정한 채로 천천히 숙소로 이동했다.
근데 숙소에 들어서자마자 또 구토감이 밀려와서 한번 더 토를 했다.
이렇게 오늘 하루는 반나절은 관광을, 반나절은 응급실 신세를 졌다.
아마 내 생각에는 아래와 같은 원인 때문에 이 지경에 이르른 것 같다.
- 튀르키예에서부터 공복(페티예에서 저녁 굶었고, 그 다음날 바르셀로나로 이동하면서 경유하느라 점심을 굶었고)을 반복
- 스페인에 오자마자 폭식(바르셀로나 도착한 날 저녁에 한식으로 순두부찌개+제육볶음)을 했고
- 2주가 넘는 여행 기간동안 피로와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 바르셀로나로 오니까 갑자기 추위가 시작되어 이 또한 몸에 영향을 준 거 같음.
- 그리고 아침으로 공복에 위에 자극을 아주 강하게 줌 (나트륨 덩어링인 이베리코 염장햄 + 산성을 띄는 오렌지 쥬스 + 카페인 덩어리 커피)
그리고 오늘 원래 가려고 예약했던 코스들을 하나도 가지 못해 피해가 막심했다.
- 카사 바트요 입장료 €29 (49,200원)
- 카사 밀라 입장료 €29 (49,200원)
3일차 (숙소에서 휴식)
아침까지도 공복으로 계속 있었다.
그리고 계속 쉬다보니 속은 많이 편해졌지만 아직 어지럼증은 좀 있었다. 그래도 물 정도는 마실 수 있을 것 같아 물을 조금씩 한모금 마셔보았다.
그런데 물을 마시니까 토하고 싶다는 생각이 또 들었는데 여기서 또 토를 하면 몸에 자극을 줄 수도 있다고 하여 몸을 세우고 억지로 참았다.
좀 쉬니 안정이 되었고, 물 한 모금도 천천히 나눠마셔야하는데 너무 답답해서 한 번에 먹은 게 문제였던 것 같았다.
그래서 물도 아주 천천히 나눠서 마셨다.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어지러우니 핸드폰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근데 심심은 또 하고 그래서 라디오 같은 게 필요했다.
전에 문득 봤었던 침착맨의 대항해시대 2가 떠올랐다.
BGM이 잔잔해서 듣다보면 잠이 올 거 같아서 플레이리스트를 재생하고 그냥 아무생각 없이 듣고만 있다보니 잠이 들었다.
그리고 일어나서 또 대항해시대를 듣다가 자다가를 반복하다가 저녁이 되었다.
계속 물만 먹다보니 뭔가 회복이 더딘 것 같아 바나나 같이 뭔가 에너지를 좀 더 공급할 수 있는 것을 먹어야 좀 더 빠르게 회복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챗GPT한테 물어서 어디가 문을 열었는지, 어디서 뭘 사면 좋을지 물어봐서 바나나, 배, 사과를 사왔다.
일요일이라 주변에 있는 까르푸가 열지 않아 왕복 30분 거리에 있는 까르푸 익스프레스에 다녀왔다.
30분을 걸어갔다오느라 정말 힘들었고, 일행이 왔더라면 부탁을 하면 될텐데… 하고 혼자 온 게 더 서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머리도 못 감고 거의 폐인 몰골로 다녀왔는데 어제보다는 그래도 확실히 어지럼증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고개를 돌리면 어지러워서 차가 오나 안 오나 보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다.
가는 길에 팔레스타인 시위도 하고 멋진 장식도 있어서 사진을 찍고 싶기는 했지만 너무 어지럽고 도무지 그걸 찍을 여력이 되지 않아 사진은 하나도 못 찍었다.
24시간 넘게 아무것도 먹지도 못하고 속도 편해져서 바나나 1개를 순식간에 먹어 치우고 배도 조금 먹었는데 조금 지나자 더부룩해졌다.
좀 나아진 거 같다고 너무 성급하게 먹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상태로 더이상 여행을 강행할 수는 없어서 하루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 제대로 치료도 받고 회복하고 싶어졌다.
지금 상태라면 내일은 비행기를 탈 수 있을 거 같았다. 날이 바뀌어서 항공권 예약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얼른 예약을 했다.
그리고 내일은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해야하기 때문에 더더욱 좋은 타이밍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왔다면 일행에게 양해를 구하거나 굉장히 미안한 상황이었는데 그나마 이럴 때는 혼자서 결정을 하면 되기 때문에 다행이었다.
원래 오늘은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관광하기로 했는데 그것도 못가서 57,300원을 손해 보았다.
4일차 (한국으로 복귀)
아침이 되니 어제 사온 과일들을 다 먹었다. (사과는 너무 푸석푸석해서 먹다가 말았다.)
그래서 숙소 근처 까르푸에서 저녁까지 먹을 걸 사와야했다.

그래서 챗GPT한테 뭘 사먹으면 좋을지 물어보았다.
지금 내 어지럼증을 보완하려면 전해질 보충을 위해서 이온음료까지 추천해준 게 참 신기했다.


다행히 오늘은 월요일이라 숙소 근처에 있는 까르푸가 열어서 여기서 바나나/플레인 요거트/이온음료/마르게리타 쿠키를 샀다.
그리고 숙소에서 점심으로 바나나와 플레인 요거트, 이온음료를 먹었다.
12시가 돼서 체크아웃을 한 이후에는 바로 공항으로 이동하였다.
그냥 한시라도 빨리 한국으로 귀국하고 싶어서 어디 관광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 그러다보니 그냥 공항에서 기다리는 게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2시간 단위로 바나나와 요거트를 먹으며 견뎠다. 그리고 좀 나아진 것 같아서 핸드폰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계속 봤는데 한 5시간 정도 보니까 너무 어지러워서 그냥 눈을 감고 대기했다.

오후 8시 반에 출발해서 12시간 20분의 기나긴 여정이었다.
항공권은 93만원이 들었다.
근데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렸다. 지연이 됐다는 소식이다. 공항에서만 대략 7시간 정도를 기다렸는데 더 기다려야한다는 소식에 절망이었다.
그렇게 1시간이 지연돼서 9시 반에 출발을 했다.
그리고 아직 속이 완전히 나은 게 아니기 때문에 기내식은 하나도 먹지 않고 물만 마셨다.
근데 잠은 오지 않고 자세는 뭔가 불편한 거 같고, 자도 10분 자고 깨고 반복하다보니 너무 스트레스였다.
언제 도착하는 걸까… 계속 핸드폰 시간만 보았고 정말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시간은 흘러 결국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원래는 집에 혼자 가려고 했는데 몸이 이래서 부모님께 부탁을 해서 부모님 차를 타고 집에 가서 흰죽을 먹으니 살 것만 같았다.
그리고 몸을 좀 추스르고 보니 앞으로 남은 예약 내역들이 취소 안 되는 것들이 태반이어서 엄청난 손해를 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요금을 좀 싸게하는 대신 취소가 안 되는 옵션으로 예약함.)
좀 여유롭게 생각을 해야하는데 너무 타이트하게 일정을 잡았던 게 화근이었고, 몸이 아프니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정말 아까웠다 ㅠㅠ…
- 바르셀로나 -> 세비야 항공권 32만원 (당일에 취소하려고 하니 2,900원만 환불되었다.)
- 세비야 숙소 3박 4일 37만원 (이건 하나도 환불을 받지 못했다.)
- 알카사르 궁전 입장료 €15.5 (26,351원)
- 세비야 대성당 + 히랄다 탑 입장료 €19 (32,298원)
- 세비야 <-> 론다 당일치기 왕복권 기차표 €83.35 (141,534원)
- 세비야 -> 포르투갈 리스본 항공권 29만원 (이것도 하나도 환불받지 못했다.)
- 포르투 -> 인천공항 항공권 26만원 (113만원인데 그나마 환불 받아서 이정도였다.)
스페인 여행을 마치며

한국으로 북귀하고 3~4일 정도 쉬니까 몸이 많이 나아서 삼겹살과 된장찌개 같은 일반식은 가능하게 되었다.
이비인후과를 가니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눈이 한박자 늦게 따라온다고 하여 재활운동을 알려줘서 그것도 열심히 따라하니 어지러운 것도 말끔히 나았다.
한번 외국에 가서 아파보니 역시 건강이 최고란 사실을 깨닫기도 하고, 그렇게 나가서 고생할 바에 또 가야하나?? 란 생각도 들었다.
유럽을 가긴 갔는데 하루만 제대로 관광하고 나머지는 다 아팠다보니 뭔가 아쉽기도 했는데 이게 트라우마가 되어 나중에 또 갈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고,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게 아니면 나 혼자의 의지로는 굳이 유럽을 가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체험할 것이나 볼 거는 대충 본 거 같고 또 나는 건축이나 그런 것보다는 자연 & 동물파라서 그런 걸 볼 수 있는 곳으로 더더욱 가지 않을까 싶었다.
당분간 해외를 나갈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길게 쉰 김에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도 챗GPT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스페인에서는 응급실부터 그 이후 휴식/식사까지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
AI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순간이라고 느꼈고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