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1편 - 케냐

케냐의 강렬한 햇빛 때문에 팔토시를 한 부분과 안 한 부분의 경계가 명확하게 나뉘었다.
회사에서는 3년 근속을 하면 1달 휴가를 주는 리프레시 제도가 있다.
원래 입사했을 당시에는 유럽에 대한 로망이 있고, 살면서 한번 쯤은 가보고 싶단 생각에 막연하게 ‘3년 채우면 1달 유럽 여행 가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라스베가스를 한 번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고작 4박 5일만 다녀왔을 뿐인데도 ‘이렇게 내가 한 곳에 오래 있을 수 있을까?? 너무 지루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한달동안 갔는데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뒤덮었다.
그러다보니 3년을 채우고도 어떻게 해야할 줄을 몰라서 계속 미루기만 했었다.
케냐로 떠나기까지
우연히 침착맨 유튜브 채널에서 다이나믹 듀오의 최자가 탄자니아에 있는 세렝게티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는 걸 보았다. 내가 미국을 지루해했던 이유는 똑같은 호텔 풍경들, 광활하지만 비슷한 풍경의 연속인 그랜드 캐니언이었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달랐다, 역동적이고 계속 새로운 자극을 주기 때문에 내 눈이 심심할 틈이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다보니 열기구를 타고도 사파리 투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늘 위에서 본 세렝게티의 모습은 어떨까? 초식동물을 사냥하는 치타의 모습을 볼 수도 있지는 않을까?? 하는 설렘이 가득했다.
야생동물들의 서식지는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 케냐의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 걸쳐있다.
아마 국경이 이렇게 된 이유는 과거 열강 식민지들이 자로 줄재듯 영토를 그어서 독립을 시켜줬기 때문으로 얼핏 알고 있다. 다만 동물들은 국경이 없기 때문에 국경을 넘나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날짜 별로 동물들의 이동 경로가 다르고, 10월에는 마라 강을 건너가는 누떼의 대이동을 볼 수 있어서 이 때가 극성수기로 알고 있다.
나도 다큐멘터리에서 누떼 대이동을 본 적이 있는데 이 때 악어가 누를 사냥하기도 하며 굉장히 흥미로운 장면들이 연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원래는 10월에 누떼 대이동 시기에 맞춰서 탄자니아로 가려고 했는데 이놈의 귀챠니즘 때문에 계속 미루었다.
이렇게 뇌 빼고 쉬다가 휴가가 다 갈 것 같아서 부랴부랴 11월이 다 되어 예약을 하려고 하다보니 탄자니아는 e-visa가 있어야 입국이 가능한 것을 알게되어 탄자니아 eVisa 신청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접속이 안 되는 것이었다. (지금 구글에 검색해보니 탄자니아 eVisa 허위사이트가 많다고 하니 꼭 공식 사이트가 맞는지 주소를 확인하세요.)
찾아보니 탄자니아에서 정치 이슈로 인해 시위가 발생하여 인터넷까지 다운이 됐던 것이다.
이로인해 우리나라에서는 탄자니아를 특별여행주의보로 발령하는 등 뭔가 여행하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뭔가 탄자니아로 여행하기는 힘들 거 같고, 대안으로 케냐의 마사이마라 국립공원으로 떠나기로 계획했다.
탄자니아로 가기 위해 황열병 예방 접종, 말라리아 예방약까지 산 게 뭔가 아쉬웠지만 그래도 동물을 봐야겠다는 집념으로 케냐로 떠나기로 마음 먹었다.
케냐는 비자 대신에 전자여행허가(ETA) 제도를 운영 중이라서 케냐 ETA 신청 사이트에 신청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정~~말 귀찮고 어려운 사파리 투어 예약을 해야했다. 너무 귀찮아서 현장가서 발품을 팔까(미래의 나에게 맡겨두지~)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영어도 안 통하는데 괜히 호갱당할 거 같은 생각에 인터넷으로 예약하기로 마음 먹었다.
이 과정들이 MBTI P인 나에게는 너무 고통이어서 패키지 여행 같은 것도 생각했지만, 또 자유롭게 내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만큼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귀찮지만 직접 예약을 하기로 했다.
블로그도 보고, 아래와 같은 유튜브 영상도 보았는데 왓츠앱으로 따로 연락해서 발품 파는 것도 굉장히 까다롭고 귀찮아보였다.
나한테는 싸게 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일단 야생동물을 보는 게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좀 비싸더라도 적당하고 신뢰있는 업체라면 그냥 이메일로만 계약을 끝내기로 마음 먹었다.
Safari Bookings에서 찾아보니 확실히 마사이 마라보다는 세렝게티가 많았고, 마사이 마라에 열기구까지 포함된 투어는 없었다.
그래도 야생동물 보는 게 제일 중요했기 때문에 4박 5일 투어로 몇군데 연락을 돌려봤는데 한 곳만 연락이 왔고, 연락을 하면서 관광 라이센스 같은 걸 요구하니 라이센스를 공유할 수 없다고 하여 여기는 제꼈다.Kindly note that we cannot share our licence because they are personal. 라고 답장이 왔는데 아마 가이드가 개인이라서 별도 라이센스가 없다는 뜻으로 나는 이해했다.
그리고 또 찾다보니 Big Time Safaris와 Kale Voyage에서도 예약을 많이 한다길래 해당 사이트에도 문의를 넣어보았다.
Big Time Safaris가 답변이 빨랐고, Kale Voyage는 메일을 보낸 다음날 답장이 왔다.
그래서 답장이 온 Big Time Safaris와 연락을 하다보니 열기구(Hot Air Balloon)도 별도 요금($450)을 내면 탈 수 있다고 하여 나의 니즈와 맞아 바로 계약을 하였다.
4박 5일(5일차 점심에 숙소/공항으로 복귀) 사파리 요금은 $890였고, 열기구까지 합쳐서 총합 $1,340이 들었다. (근데 카드 수수료 3.5%가 별도로 붙어서 더 내긴 했다.)
계약금(Deposit)은 15%를 먼저 업체에서 보내준 Pesapal 링크를 통해 결제를 하고 나머지 잔금은 케냐에 가서 사파리 투어 사무실에서 결제하는 방식이었다.
너무 많은 계약금을 요구하는 곳이 있다고 하면 사기일 가능성이 있으니 유의를 해야한다고 했는데 15%는 합리적인 거 같고 저 업체를 통해서 많이들 예약한다고 블로그에서 봤기 때문에 믿고 결제했다.
확실히 세렝게티는 같은 기간이면 $1,000이 넘었는데 마사이 마라는 그거에 비하면 싸다고 느껴졌다.

정상적인 업체라면 위와 같이 계약서?견적서?를 pdf나 구글 docs 형태로 준다.
케냐로 떠나기

케냐까지는 직항으로 가는 게 없기 때문에 인천공항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아부다비까지 10시간 35분, 아부다비 공항에서 2시간 35분 대기, 케냐의 나이로비까지 5시간 20분을 날아서 총 18시간 30분의 긴 여정을 떠나야했다.


아부다비로 가는 첫 비행에서 기내식은 총 2번이 나왔는데 두개가 비슷한 메뉴여서 벌써부터 음식이 질리기 시작했다.

공항을 구경하다보니 큰 낙타 모형(250KG)을 파는 게 신기해서 봤는데 79,000.00 AED (12/2 기준 ₩31,575,692원) 으로 가격이 상당히 나갔고, 뭐 이런 걸 파나… 싶었는데 기름국이라 부자들이 많아서 그런가 싶었다. (그리고 이집트에서는 낙타 탄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아랍에미리트도 사막이 많나? 낙타를 타나? 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신기했던 게 공항에서 책도 판다는 것이었다. 면세상품인지 아닌지 모르겠는데 인천공항에서는 책 파는 걸 본 적이 없다보니 저런 소설 같은 것도 파는 게 뭔가 신기했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케냐 행 비행기를 탔고, 이번에도 기내식이 나왔다.
저 하얀 요거트? 같은 거는 아부다비 갈 때부터 계속 나오고 빵도 계속 나와서 이전에 먹었던 음식을 세끼 연속 먹는 느낌이 들어 너무 질렸다. (아마 같은 에티하드 항공사라 그런 것 같다.)
1일차 (마사이족 마을 방문 +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기나긴 여정 끝에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조모 케냐타 공항으로 올 수 있었다.

공항에 내려서는 왓츠앱을 통해 사파리 업체와 연락해서 픽업을 했다.
차는 우리나라 오래된 중고차 수출단지에서나 볼법한 자동차였는데 나름 블루투스 연결이 되는지 케냐 노래도 틀어주었다.
하지만 말이 잘 통하지는 않아서 제대로 가는 건지 불안했지만,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달러로 환전해오려고 했는데 깜빡하고 인천공항에서 다 체크인 한 이후에야 생각이 나서 달러로 환전을 하지 못하고, 현지에서 케냐 실링화(KES)로 9,000 KES를 출금했다.
원래는 사파리 가이드 팁 + 비상금을 생각하고 뽑은 건데 사파리 투어에서 다 써버려서 나중에 7,000 KES를 더 출금해서 현금으로 총 16,000 KES를 출금했다. (그리고 100 KES가 남았다.)

픽업해서 사파리 오피스가 있는 건물에 내려주었는데 엘리베이터가 동작을 안 해서 건물 7층까지 올라갔다 내려왔다.
근데 복도도 뭔가 어두컴컴하고 음침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잔금 결제를 하는데 뭔가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더 내는 것 같았는데 번역기 쓰면서 따지기도 번거롭고 금액이 크지도 않아서 그냥 넘어갔다.
원래대로라면 잔금은 $1,139(총 $1,340에서 계약금 $201을 뺀 금액)이고, 카드 수수료 3.5%까지 더하면 $1,179(잔금 $1,139에 수수료 $40) 정도 되는데 실제로는 $1,185를 결제했다.

이게 우리의 4박 5일을 책임질 4X4 land cruiser 차량이었다.
나는 혼자 왔지만, 우리 그룹에는 에스토니아 두커플을 포함해 총 5명이 차를 타고 같이 여행을 했다.
그래도 Martin이 나를 많이 챙겨주었는데(혼자 밥먹고 싶어도 계속 같이 먹을 거면 자기네 테이블로 오라고 해서 마지못해 가기도 했다.), 영어가 안 되는 게 역시나 서러운 순간이었다.
라스베가스에서도 영어가 안 돼서 꼭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을 했는데 4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영어를 못 하는 걸 보고 이제는 진짜진짜 영어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이로비에서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은 참 신기했다.
전통시장 같은 게 그냥 찻길 바로 옆에 있었고 이게 그들만의 지역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보였다.

그리고 별도로 인도가 없기 때문에 옆에 있는 흙길을 따라서 걷는 게 일상처럼 보였다.
현지인이 아니고 혼자서 저렇게 걸어다니면 뭔가 표적이 될 거 같아 무서웠다.


그리고 차도 옆으로 원숭이 같은 야생동물이 혼자 돌아다니거나 양치기 소년이 소나 양 같은 걸 데리고 다니는 걸 보고 새삼 아프리카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4시간을 이동한 후에 2박 3일을 머무를 숙소에 도착했는데 Miti Mingi Eco Camp 라는 텐트형 숙소였다.
전기와 따뜻한 물은 저녁에만 나온다고 하고, 그래서 낮에는 텐트 앞에 천막을 걷지 않으면 내부는 너무나 어두웠다.
모기장도 칠 수 있고, 벌레 기피제를 바른 덕분인지 모기는 1방 밖에 물리지 않았고 날이 춥지 않아서 그래도 자는데는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혼자 왔다보니 할 게 없어서 숙소 밖을 산책할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숙소 밖으로 나가면 구걸하는 사람들 때문에 위험할 거라고 나가지 말라고 했다.


대충 짐정리를 하고 나와서 점심을 먹었는데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뭐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거의 매 끼니 과일과 콩 음식은 있었던 것 같았다. ‘콩을 매 끼니 먹다보니 그들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가 배워야할 식습관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나마 익숙한 요리가 파스타라서 먹는데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서 억지로 먹었고, 고기도 잡내가 심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에서 먹던 그런 향이 아니었다.
그리고 첫 일정은 마사이 마을에 방문하는 것이었다.

계약서에도 마사이 마을 방문 비용은 포함돼있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했는데 달러로는 $10이지만, 케냐 실링화로는 1500 KES를 내야했다.
아마 케냐 실링화는 환율이 불안정하고, 현지인들도 달러를 선호하는 상황 때문에 공식 환율보다도 좀 더 비싸게 받는 것 같다. (영어가 됐다면 정확한 이유를 물어보겠지만 다른 일행도 있어서 그러지 못하고 나중에 챗GPT한테 물어봤다.)


마사이 족 마을까지는 걸어서 이동했고, 우리가 도착하자 마사이 족 마을 청년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춤인지 의식인지 노래를 부르며 점프도 뛰고 우리 앞에서 보여주다가 우리에게도 참여하라고 했다.
그리고 내 휴대폰으로 동영상도 찍어주었는데 그들과 동화된다는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최대한 열심히 노력해봤다.
그리고 한명씩 현지인이 붙어서 자기 집을 소개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기 아내와 아이를 위해 본인이 만든 기념품을 사달라'고 동정심을 호소했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목걸이나 팔찌 같은 거였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문법에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돈이 많이 없다는 뉘앙스로 'I have much money.'라고 하자 그는 얼마를 가지고 있냐고 물어보고 왠지 그대로 답변했다가는 그 가격대로 깎아줄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내가 가진 유일한 현금이라 가이드 팁도 있고 또 어디서 현금이 필요할지 몰라서 계속 'Sorry.'만 연발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집구경이 끝나자 그 다음코스는 기념샵 방문이었다.
좌판에다가 기념품을 쫙 깔고 구경하는 거였는데 이번에는 마을의 여성 뿐만 아니라 어린 아이들까지 와서 동정심을 호소했다.
뭔가 짠한 마음에 사주고 싶다가도 ‘이사람들 이러고 벤츠 타고 퇴근하는 거 아니야? 마사이 족 코스프레 아니야?’ 같은 의심도 들었다가 ‘이게 지속 가능한 상황일까?’란 생각이 들어 착잡했다.
나는 진짜 현지인들의 생활 그대로를 느끼고 싶었는데 관광코스가 돼버린 형태를 직접 눈으로 마주하다보니 뭔가 안타깝고 여기서 기념품을 사주는 게 장기적인 방향에서 그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자석이라던지, 아니면 동물 모양 장식품이라던지 내 기준에서는 쓸모가 크게 없는 물건이라서 사주고 싶다는 생각도 크게 들지 않았다.
이번에도 ‘Sorry’와 그냥 구경만 하겠다 라는 뉘앙스로 문법에 맞는지도 모를 영어인 ‘I’m just looking.’이라고 얘기하고 하나도 사지 않았다.
일행에게 물어보니 본인들은 하나씩 다 샀다고 하는 걸 보면 이 전략이 잘 먹히는 거 같지만 뭔가 현지인 감성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 다음에는 마사이 족 마을 어린이들이 다니는 학교에 갔다.
근데 방학을 했는지 아이들은 없다고 했다. 나는 이 사람들이 연기하는 거라면 관광객들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학교에 와서 연기를 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학생들이 없는 걸 보고 ‘아 진짜로 방학이나 뭐 그런 거라 쉬는 건가 보구나. 진짜 학교인가보다’ 라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는 ‘이 사람들이 그냥 돈벌려고 쑈하는 사람인가…’ 하는 의심이 살짝 들었었다.
열악한 학교시설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을 봤더라면 더 실감이 났을텐데 아무도 없이 그냥 시설 구경만 하다보니 크게 감흥은 없었다.
학교 투어까지 마치고 이제 본격적으로 동물 구경을 하러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을 향했다.

근데 가이드가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갑자기 차에서 내리자 기념품을 파는 여성 무리들이 왔다.
가이드와 한통속인 것 같아 보였고, 나한테는 별로 쓸모도 없는 물건이기도 하고 나에게는 현금이 소중해서 아무것도 구매하지 않았다.
그래도 끈질기게 말을 걸어서 안들리는 척, 다른 곳을 응시하자 드디어 포기를 하고 떠났다.



이제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 들어와서 2시간 정도 본격적인 사파리 투어를 시작했다.
사파리에서는 이렇게 차량을 차고 구경하는 걸 ‘게임 드라이브’라고 부른다.
인간의 개입 없이 자연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을 보니 신기하고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11월에는 마라 강을 건너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 공원으로 많은 동물들이 떠난 이후에서인지 뭔가 공원이 휑~해 보여서 좀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다양한 동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큐멘터리에서도 봤지만 파리가 이렇게 많이 붙어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 게 참 신기했다.
사자가 스트레칭하는 모습인데 왠만한 사람보다 훨씬 유연해보인다.

첫날 저녁인데 케냐의 쌀은 우리나라와 달리 길쭉길쭉 했고, 뭔가 동남아에서 나올 법한 쌀 품종인 거 같았다.
그리고 수박과 파인애플이 나왔는데 수박을 싫어해서 파인애플만 담아왔다.

그리고 불멍을 때릴 수 있는 장소가 있었는데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었고, 영어도 안 돼서 그냥 텐트로 가서 잠을 청했다.
2일차 (열기구 +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
다음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열기구를 타러 떠났다.
일행 중에 나 혼자 열기구를 타는 거라서 숙소 로비 쪽으로 가서 기다리다가 그 시간에 오는 사람한테 ‘Are you balloon guy?’ 뭐 대충 이렇게 물어봐서 해당 가이드의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영어가 안 통하다보니 진짜 그 시간에 열기구 가이드가 오는 건 맞는지, 또 추가요금 내라고 하는 건 아닌지 불안불안 했는데 어찌저찌 가이드를 만나서 혼자서 가이드의 차를 타고 이동했다.





Mara Fig Tree Camp라는 숙소에 내려주면서 기다리면 열기구를 타러 출발한다고 했다.
숙소를 보자마자 ‘와… 진짜 자연과 하나 되는 숙소 같고 여기서 묵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며 우리 숙소와 비교를 하였다.
프론트로 가서 열기구 타러 왔다고 말하자 티켓이 없냐고 물어봤다. 나는 그런 거 받은 거 없다고 하자 그 자리에서 티켓을 끊어줬는데 열기구에 탈 때 결국 검사는 하지 않았다.
커피도 마시고 30분 정도 기다리자 뭔가 출발한다는 얘기를 하고 사람들이 이동하길래 눈치껏 나도 이동했다.
이동하면서도 이 사람이 열기구 타러 움직이는 사람들인지 아니면 다른 사파리 투어하는 사람들인지 불안했지만 그냥 눈치껏 이동했다.

차를 타고 이동해서 열기구를 타는 곳에 내리니 그 곳에서는 이미 열기구를 띄울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열기구를 위로 띄우기 위해 누워있는 열기구를 세워야하는데 이 때 불을 붙이는데 화력이 엄청나다보니 뭔가 웅장했다.
열기구에서 본 야생동물인데 공중에서 동물이 움직이는 걸 보니 한눈에 보여서 시원시원했다.



열기구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차로 이동하면서 보던 모습과는 다르고 공원을 한 눈에 내려다 보는 뷰가 펼쳐지니 돈값($450)을 하는 것 같았다.

열기구 운전기사는 열기구도 조종하고, 사진도 찍어서 고객들에게 판매도 했다. ($55에 기념품 1개와 함께 판매했는데 구글 드라이브로 사진과 동영상을 전송해준다.)

태양이 워낙 강렬하다보니 공중에 떠있는 열기구의 그림자가 선명하게 보이는 것도 신기했다.
열기구를 다 타고 나서 아침을 먹으러 차로 이동하던 중에 하마와 타조도 만났다.





아침 식사를 하러 왔는데 완전 서구식 아침 식사였다. 여태까지 했던 식사 중에 제일 근사했고, 내 입맛에 맞았다. (고기 잡내를 맞지 않아도 돼서 행복했다.)

그리고 혼자 온 걸 불쌍하게 여겼는지, 아니면 같은 동양인이라서 동질감이 느껴진 건지 일본 아줌마들이 아침식사에 초대해주었다.
되도않는 일본어로 어떻게든 대화를 시도했고 아줌마들도 이태원 클라스니 뭐니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다고 서로의 문화를 칭찬해주었다.
유럽/아프리카인 사이에만 있다가 동양인을 만나니 뭔가 마음이 놓이는 것 같았고 오랜만에 정말 즐거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야외에 있는 변기는 이렇게 생겼고, 자연에 처리를 맡기는 걸로 보였다.
그리고 아침을 맛있게 먹었는데 문득 ‘내 사파리 가이드 일행들은 어떻게 만나지? 여기로 오나? 가만히 있으면 되나?’하는 불안함이 들었다.
영어가 된다면 진작에 물어봤겠지만 ‘알아서 오겠지~’ 하는 생각에 굳이 물어보지 않고 좀 더 초조해지려던 찰나에 내 가이드가 차를 끌고 와서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진짜 야생다운 모습을 보았다. 사자가 먹이를 잡아먹는 모습인데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아 좀 아쉽기도 했고, 직접 사냥하는 모습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쪽에는 악어, 한 쪽에는 하마가 있어서 뭔가 스펙타클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는데 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좀 더 가다보니 목욕 중인 하마들도 볼 수 있었다.

이번엔 진흙에서 목욕 중인 하이에나 무리도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어제 못 본 치타를 볼 수 있었는데 이 치타 한마리를 보기 위해 5대의 차가 둘러싸고 있는 걸 보니 ‘이게 진짜 자연이 맞나??’란 의문이 드는 순간이었다.
치타 입장에서는 ‘얼마나 스트레스일까? 아니 태어날 때부터 보던 광경이라 이제는 이것조차 그냥 자연의 일부가 된 걸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서는 포유류만 있는 게 아니다. 이렇게 간지나게 날아서 착륙하는 새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계속 이동하다보니 케냐(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와 탄자니아(세렝게티 국립공원)의 국경선에 올 수 있었다.
맨 처음에는 어디인지도 몰랐는데 하도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가이드가 무슨 농담 따먹기를 하는데 하나도 알아먹지를 못했는데 알고보니 국경선이었다.



국경선 근처에서 점심을 먹는데 거대한 새들이 주위로 몰려왔다. 아마 우리가 떨어뜨리는 부스러기를 먹으러 모이는 거 같았는데 덩치가 크다보니 좀 무서웠다.
그래서 음식물을 절대 흘리지 않게 아주 경계하면서 먹었다.

우리가 밥을 먹는 사이 가이드는 차량을 고쳤는데 다들 아는 사이인지 다른 사파리 업체 가이드들도 모여서 같이 수다도 떨고 공구도 빌려주고 하였다.
나중에 물어보니 특정 투어 회사에 종속되는 구조가 아니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다른 가이드하고도 저렇게 교류가 활발한 거 같았다. (물론 나는 영어가 짧아서 물어보지 못하고 같이 있는 에스토니아인이 물어봤다.)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서는 이렇게 동물 가족들을 볼 수 있다. 뭐든 새끼는 귀여운 것 같다.
3일차 (나쿠루 호수)

나쿠루 국립공원으로 떠나기 전에 아침을 먹었는데 역시나 콩 요리는 빠짐없이 나오는 것 같다.
그리고 오늘부터 이스라엘 커플도 합류하여 총 7명이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빼고 다 커플이었다.)
케냐의 도로를 보면 참 특이한 게 신호등도 횡단보도도 없고 양방향 일차선이라는 것이다.
사람들도 눈치를 보면서 길을 건너야하고, 앞에 트럭이나 느린 차량이 있으면 눈치보면서 추월을 해야하는 구조다.
그리고 차도를 활보하는 당나귀를 보면서 참 신기했다. (저런 당나귀 때문에 교통체증이 일어나기도 하는 것 같다.)

횡단보도도 크게 없다보니 이렇게 소 떼가 차도를 막고 건너기도 한다.

그리고 과적차량 단속 기준도 없어서인지 이렇게 아주 차 위에 보따리 장수마냥 엄청난 짐들을 싣고 가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중간에 기념품 가게도 들렀는데 역시나 팔찌/동물 장식품/이상한 탈 같은 게 있었고 나한테 필요한 건 하나도 없어서 대충 구경만 하고 나왔다.
근데 들어가면 1명이 전담마크로 붙어서 계속 옆에서 호객행위를 해서 좀 짜증이 났지만 그들한테는 생계가 달려있는지라 어쩔 수 없어보였다.

레이크 호수에 와서는 보트를 타고 이동하였다.
보트를 타는 비용은 $20인데 나는 달러가 없어서 2500 KES를 냈다. ($10은 1,500 KES인데 $20은 또 2,500 KES를 받는 게 신기했다.)

이동하다보면 다른 섬들도 보이는데 여기는 하마나 얼룩말도 보이고,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과는 또다른 생태계가 있는 것이 신기했다.
똑같은 얼룩말이라도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에, 누구는 나쿠루 호수에 있는 게 무슨 이유때문일까? 참 신기했다.

레이크 호수에는 물에 잠긴 건물들이 보이는데 지구 온난화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호수에서 거니는 새들도 많이 볼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새떼가 보이기도 하고,
간지나게 죽은 물고기를 낚아채는 독수리도 볼 수 있다. 장소를 계속 이동해가며 세 차례나 죽은 물고기를 던져가며 시도한 건데 영화와 같은 장면을 담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그리고 이건 흙처럼 보이지만 물이라고 한다. (가이드가 밟지 말라고 주의하라고 했다.)




나쿠루 호수 관광을 마친 후 드디어 사람사는 듯한 Buraha Zenoni Hotel로 오게 되었다.

수영장을 가니 현지에서 가족단위로 놀러온 그룹들도 보였다. 근데 수영장에 벌레가 너무 많이 죽어있어서 수영을 조금만 하다가 나왔다.
그리고 수영도 오랜만에 하니 한바퀴만 돌아도 힘들어서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수영장이 있다고 신나하던 외국인들은 아무도 안 나오고 나만 혼자 수영했다.






케냐인들 식단을 보면 거의 콩은 필수이고 야채들도 많은 거 같아서 건강 측면에서는 좋은 것 같았다.
하지만 저 고기도 여전히 조금 잡내가 나서 잘 먹지 못했다.
그리고 하얀 건 우갈리 라고 하는 케냐 전통 음식인데 수분이 없는 호빵? 술빵? 같은 그런 느낌이고 간은 전혀 돼있지 않았다.

내가 매운 한국 찌개들이 그립다고 하자 저기도 수프랑 고춧가루가 있다고 해서 고춧가루를 냅다 넣었다가 목구멍만 따갑고 니맛도 내맛도 아니게 되었다.

그리고 에스토니아 커플 중 한 여성이 식후에 입에 뭔가 넣길래 박하사탕인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니코틴 껌이었다.
담배 안 필 거 같이 생겼었는데 외국은 역시 이런 거에 있어서 뭔가 개방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4일차 (나쿠루 국립공원 + 나이바샤 보호구역)

나쿠루 국립공원으로 떠나기 전에 아침을 먹었는데 역시나 콩은 빠지지 않고 나왔다.
나쿠루 국립공원으로 들어가니 원숭이 가족이 반겨주었다.
케냐에 와서 코뿔소는 처음 보았다.
숫사자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니 배가 부른 거 같아 보였다.
먹이를 먹고 있는 새들의 모습을 보니 누군가 사냥 후에 남긴 찌꺼기를 모여서 먹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칼리아 폭포에 와서 경치 구경을 했다.

그 와중에 새의 사체를 보았고, 눈 앞에서 또 야생의 흔적을 발견한 것 같아 재미있었다.

나쿠루 국립공원을 떠나 점심을 먹었다. 역시나 콩은 빠지지 않았고, 저 양념된 거는 내장?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내장인 줄 모르고 먹었다가 너무 냄새가 역해서 먹다 토할 뻔 해서 바로 뱉었다.
점심을 먹고 나서 에스토니아 2커플은 암보셀리로 간다고 하여 헤어지고, 이제부터는 새로운 가이드, 차량, 이스라엘 커플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
기존 가이드와 헤어지기 전에 이스라엘 커플이 팁을 주는 걸 발견해서 나도 뭐라도 줘야하나 싶어서 남은 5,000 KES를 보여주었는데 이걸로는 안 된다고 했다.
팁은 주는 사람 마음인데 마치 가격이 정해져있는 거 처럼 얘기해서 좀 당황스럽기는 했지만 하루에 $10 정도는 주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하여 나도 납득을 하였다.
근데 가이드가 6,500 KES를 불렀다. 근데 돈이 없어서 어떻게 전달하냐고 하자 새로운 가이드에게 ATM에서 돈을 뽑아 전달하면 그 가이드가 본인에게 전달해줄 것이라고 했다.
나도 돈이 없는 상황이 걱정되어 챗GPT한테 물어봤는데 무슨 현지인들만 쓸 수 있는 어플을 사용하여 송금을 해주면 된다는 구라를 쳐서 역시 챗GPT는 무한 신뢰하기 보다는 더블체크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계산을 해보니 기존 가이드는 3.5일 밖에 가이드를 하지 않았고, 하루에 $10이면 $35만 주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10은 1,500 KES이기 때문에 5,250 KES만 주면 되는데 6,500 KES로 바가지를 씌운 것이었다.
근데 여기서 따지면 또 얼굴 붉혀야하니 일단은 알겠다고 했다. 영어를 잘 못하는 나에게 그래도 친절하게 잘 대해주어 팁을 주려고 생각했던 건데 마치 당연하다는 듯 여기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괜히 이런데서 정 주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이바샤로 떠나는 중간에 기념품 샵에 들렀다.
여기도 뻔한 기념품들이 있었지만 그림을 보니 요거는 구매욕구가 조금은 생겼지만 집에 장식할 곳도 없어서 굳이 사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이바샤에 있는 Leisure Apex Resort 호텔에 왔다.
호텔에서 좀 쉬다가 나이바샤 보호구역(Sanctuary)으로 갔는데 워킹 사파리는 $20인데 달러가 없어서 역시나 2,500 KES를 냈다.

얼룩말 어미와 새끼인데 자세히 보면 눈을 뜨고 있지만 자고 있는 거라고 해서 참 신기했다.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먹이를 주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나와서 만족했다.
워킹 사파리는 동물을 가까이서 볼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기념사진/동영상을 찍을 수 있는 묘미가 있는 거 같다.

돈을 더 내면 말을 타고도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이건 하이에나가 사는 땅굴이라고 했다. 하이에나는 밤에 주로 돌아다니고 지금은 잔다고 해서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여기는 다른 맹수는 없기 때문에 초식동물의 천적이 없을 줄 알았는데 하이에나가 여기서는 사냥도 한다고 해서 신기했다.

하이에나가 사냥을 한다는 증거인지 땅굴 근처에 저렇게 동물 머리뼈가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무리에서 혼자 떨어진 애들은 늙고 병들어서 죽을날만 기다린다고 했던 거 같은데 뭔가 짠했다.
또 하나 신기했던 건데 임팔라인지 이 초식동물 무리는 수컷 무리와 하렘(수컷 한마리와 다수의 암컷) 무리가 따로 존재하고, 하렘 무리 내에서는 수컷이 다수의 암컷을 독점해서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기 위한 번식 본능 때문인가 싶은데 정말 동물의 세계는 신기하다.

그리고 보호구역 중간중간 누워 있거나 하는 사람들이 보이길래 ‘저 사람들은 현지인이 피크닉 온 건가?’ 하고 물어보니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그냥 쉬는 거라고 했다.
나는 직원들이면 휴게실 같은데서 쉴 줄 알았는데 별도로 그런 시설은 없고 그냥 자연에서 쉬는 듯 해보였다.


숙소로 돌아와 저녁을 먹는데 너무 내스타일이 아니어서 조금만 담았더니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계란후라이를 따로 해주었다.
그리고 콜라가 너무 먹고 싶어서 사먹으려고 하는데 현금만 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참았다. (내일 일정에도 현금을 써야해서 비축해둬야했다.)
5일차 (Hell’s Gate 국립공원 + Karen 지역)

Hell’s Gate 국립공원으로 떠나기 전에 아침을 먹었다. 이 때는 몰랐는데 콩이 없는 첫 끼였던 것 같다.
Hell’s Gate 국립공원은 자전거를 타고도 갈 수 있는데 $20(2,500 KES)라서 돈이 부족하기도 하고 일행 중 아무도 안 타기도 해서 타지 않았는데 뭔가 못 탄게 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아쉬움을 달래고자 암벽등반에 도전하였다. 가격은 1,000KES 였고 클라이밍은 조카와 함께 동네에서 1시간 체험한 게 다였지만 안전하다고 하니 한번 해보고 싶었다.
올라가는데 체력이 많이 소모되기도 하고 다리를 어디다가 걸쳐야할지 잘 몰라서 헤매기도 하고, 유연성이 부족해서 힘들기도 했다.
내려오는 게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로프가 없었다면 떨어질 뻔 하기도 하고 방심할 수 없었다.






협곡을 걷는 것도 가이드가 동행했는데 1,000 KES가 들었다. 조금 빡센 산책하는 느낌으로 걸어가며 풍경을 구경했다.

그리고 역시나 투어의 마지막은 또 기념품 가게가 있었는데 돈이 없기도 하고 별 쓰잘데기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라 그냥 나와서 일행을 기다렸다.
그리고 차로 이동하면서 초식동물들끼리 뿔을 맞대고 싸우는 걸 보았는데 너무 싱겁게 끝나서 좀 아쉬웠다.

이제 모든 투어가 끝나고 마지막 점심을 즐겼다. 바나나를 구운 것은 처음 봤는데 그럭저럭 먹을만 했다.

그리고 헤어지기 전에 ATM기에서 돈을 뽑아 팁 정산을 했어야하는데 두 번째 가이드도 따로 본인 팁을 2,500 KES 요구했다.
그래서 이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 차의 뒷 창문에다가 숫자를 써가며 계산을 해서 5일치 $50 = 7,500 KES 라고 합의를 했다.
원래였으면 기존 가이드 6,500 KES(3.5일) + 2,500 KES(1.5일) = 9,000 KES나 낼 뻔했기 때문에 이건 너무 아닌 거 같아서 혼신의 힘을 다해 협상을 했던 것 같다.
왠지 삔또 상하면 투어 내내 지장이 생길 수도 있을 거 같아서 헤어지기 전에 물어봐서 타이밍을 잘 잡았던 것 같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사파리 차량이 내 숙소인 Lux Suites Riara One Residency Angama 호텔로 내려줬다.
Karen 지역에 있는 호텔인데 나이로비에서 Karen 지역이 그나마 중산층이 사는 곳이라 치안이 좋다고 하여 저 곳으로 잡았다.
사파리 업체에서 제공해준 숙소만 보다보니 이 호텔 시설이 너무 좋아보였고, 이 정도 시설이 1박에 8만원 밖에 하지 않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다만 세탁기는 있는데 세제가 없어서 결국 손빨래를 하였다.
그리고 나는 호텔 측과 WhatsApp을 통해 연락했는데 그들은 중국인이었고, 호텔에서 맞아준 사람은 현지 케냐인으로 보였다.
그리고 자꾸 Owner 거리는 걸 보면 실 소유주는 중국인이고, 현지인을 고용해서 현장을 관리하게 한 것 같았다.
뭔가 이런 현실을 보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케냐인들을 노예처럼 부리는 현대판 노예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본있는 중국인들은 온라인으로 편하게 메신저로 응대하고, 실제 힘든 건 돈 없는 케냐인을 시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원래는 현지의 느낌을 느끼려고 우버 택시 보다는 보다보다(Boda-boda)라고 현지인들이 많이 타는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을 하려고 했다.
근데 현지인들이 타고 가는 걸 보니 여러명이 타기도 하고 헬멧도 안 쓰고 그런 걸 보니 이건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이 돼서 우버 택시를 불렀다.
근데 생각보다 대기시간이 좀 길어서 혹시나 예약시간이 늦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한 10분 좀 넘게 차를 대기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가는데 좀만 교통이 정체되니 갑자기 케냐 잼민이 같은 애가 오더니 창문을 두들기면서 ‘Hey, bro.’하면서 돈을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나는 너무 무섭고 영어를 못알아듣는 척 안 봤는데 끝까지 계속 문을 두들겼고 차가 움직이자 그제서야 사라졌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케냐에서는 어디 걸어다니기도 무섭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으로는 악어 고기가 있다고 현지인이 추천했던 The Carnivore Restaurant에 방문했다.
그중에서 모든 고기를 마음껏 먹어볼 수 있는 BEAST OF A FEAST로 예약을 했고, 가격은 $42.45를 카드로 결제했다.


고기는 내가 가져오는 게 아니라 종업원들이 스테이크를 꽂아서 돌아다니면서 썰어주고 어떤 소스와 먹으면 되는지 알려주는 형태였다.




근데 쉴새없이 몰아치다보니 뭐가 무슨 고기인지 모르고 먹었던 것도 있는데, 악어고기는 뭔가 물에 사니 물고기 같은 느낌이 날까 싶었는데 포유류 고기 같은 느낌이 났던 걸로 기억한다.
타조 고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무슨 맛인지 기억이 안 난다.

계속 고기를 갖다주는대로 받다보니 다른 고기를 못 먹을 거 같아서 거의 한입씩만 먹었는데도 배가 부르기도 하고 내 입맛에 안 맞는 것들도 있다보니 거의 절반 이상을 남긴 것 같다.

gg를 치고 디저트로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택시가 안 잡혀서 고생을 했다.
우버가 케냐에서는 고급 택시 이미지여서 그런지 잘 잡히지 않았고, 어떤 기사는 잡혔는데 10분이 넘게 움직이지를 않았다.
그래서 내가 오고 있냐고 물어보니까 너무 멀리 있다고만 하고 별 말이 없었다. 아마 나보고 알아서 취소하라는 거 같아서 취소를 하고 새로 잡았는데 이 사람은 다행히 오긴 온다고 하는데 15분을 기다렸다.
택시가 안 잡힐 때는 ‘이거 숙소에 어떻게 가지? 종업원에게 도움을 구해야하나…’ 하고 별에 별 생각을 했는데 다행히 숙소에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런 경험을 하고 나니 나는 케냐 현지 여행은 절대 못할 것 같다.
6일차 (Karen Blixen 박물관 + 터키행)

아침이 되자 초인종이 울렸는데 왠지 불안해서 자는척을 하니까 WhatsApp으로 조식을 배달했다는 메세지가 왔다.
그래서 호다닥 달려나가서 열어보니 빵과 바나나, 우유가 있었다. 다 내가 좋아하는 메뉴라 기뻤는데 우유는 왠지 모르게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서 제대로 먹지 못했다.





그리고 오전에 어디 둘러볼 데 없나 싶어서 Karen Blixen 박물관을 방문하였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운이 좋게 가이드와 1:1로 설명을 들을 수 있어서 영어를 못알아듣는 거 치고는 꽤 괜찮았던 경험이었다.
Karen Blixen 이라는 사람의 생가이고, 영화 ‘Out of Africa’의 배경이 됐던 집이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기구들로 커피를 만들었고 어떻게 생활했는지 둘러볼 수 있었다.
영화를 봐야지~ 하고 생각했는데 까먹고 있었다. 다시 회사로 출근하기 전에 한번 봐야겠다.
그리고 영어를 못알아듣는 나를 위해 열심히 설명해줬기 때문에 팁을 드리려고 했는데 캐리어에 지폐를 놓고와서 팁을 못 줘서 좀 미안했다.


그리고 박물관 관광을 마치고 또 기념품 가게가 있어서 대충 둘러만 보고 가려고 했는데 그림을 그리는 청년이 있었다. (Joseph Muchina Mwangi 라는 화가다.)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었고, 또 그가 상상만으로 직접 그린 그림들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갔다.
근데 우리 집에는 그림을 걸만한 곳이 없기도 하고, 또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그림은 보이지 않아서 따로 구매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근데 그의 열정과 예술성이 너무 인상 깊어서 고민고민을 하다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얘기하니 표범 그림을 보여주었다.
사파리에서 볼 수 있는 Big 5 동물(코끼리, 사자, 버팔로, 코뿔소, 표범) 중에 표범만 유일하게 못 보기도 했고, 주황 배경이 너무 강렬하게 느껴졌다.
근데 너~무 비싸게 가격을 부르길래 2/3으로 깎으니까 바로 콜을 하는 것이었다. ‘와… 이럴 거면 절반으로 깎을 걸 그랬나…’ 하고 후회가 밀려오기도 했지만 영어도 안 되는데 다시 딜을 하고 그러기에 뭐해서 그냥 2/3 가격에 샀다.
지금 다시 와서 보니 표범이 아니라 그냥 덩치 큰 고양이처럼 보이기도 하고, 뭔가 아쉬움이 남는 그림이기도 하다. (지금 집에 놓을 곳이 없어서 구석에 짱박아놓은 상태이다.)


그리고 터키행 비행기를 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숙소 맞은편에 있는 Junction Mall에 방문했다.
케냐는 테러가 많은 국가라 그런지 이런 대형 쇼핑몰에 들어갈 때도 보안검사를 했다.
그리고 역시 아프리카답게 과일들은 굉장히 쌌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아프리카에 이렇게 잔망루피가 있는 걸 보니 뭔가 신기했다.

케냐에도 이렇게 어린이들이 놀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걸 보니 ‘전세계 어린이들은 다 똑같이 노는 걸 좋아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냐에서 유명한 커피 프렌차이즈인 Java House이다. 사진만 찍고 들어가지는 않았다.


대신 Java House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Artcaffe에 들어갔다.

커피를 마실까 고민했지만 커피는 사파리 중간에도 마시기도 했고, 케냐에서만 먹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다가 뭔가 생강이 들어간 쥬스를 마셨다.
새콤하면서도 생강향이 올라오는 게 마치 수정과의 달달함에 계피향이 올라오는 그런 느낌으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택시를 타고 나이로비에 있는 조모 케냐타 공항으로 이동하는데 갑자기 택시에서 내리라고 하는 것이다.
이 때도 무슨 보안수색대를 걸어서 지나고 다시 택시에 합류를 해야했는데 맨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랐고, 택시에서 내려서 보안수색을 하고 다시 탑승한다는 게 뭔가 신기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공항으로 들어가기도 전에 가방을 쭉 세워놓고 마약탐지견 같은 강아지가 한 번 수색을 하고 지나갔다.
이런 걸 보면 케냐가 진짜 치안이 안 좋은 나라인가보다… 하고 생각이 됐다. 그리고 여기는 공항에서 시간 없는 사람들을 위해 새치기 하고 돈받아주는 사람도 존재한다.
나보고도 자꾸 도와줄까? 그러길래 거절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나보다 늦게 왔는데 새치기를 해주고 빠르게 입장을 하고 근데 공항에서도 별다른 제재가 없는 걸 보고 ‘진짜 이 나라는 치안이나 인식이 많이 떨어지는구나…’하고 느꼈다.

그리고 공항 안팎으로 군복입은 사람들이 보이니 ‘진짜 무슨 테러가 벌어지면 어쩌지?? 괜히 나도 처신 잘못했다가 과잉진압 당할 수도 있으려나??’하는 걱정이 들었다.
이런 걸 보니 ‘한국에서 군인들이나 탱크가 돌아다니는 걸 보면 외국인 입장에서도 정말 무섭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냐 여행을 마치며
맨 처음에는 호기롭게 ‘자연을 찾아 떠나겠어!’하고 떠났는데 생각보다 나는 나약한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그냥 야생에 텐트만 치고 자는 게 진짜지!’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더 좋은 숙소를 줘도 불평하기 일쑤였고, ‘현장에서 발품 팔아서 사파리 예약해야겠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했는데 현지의 무서움을 느꼈더라면 절대 못했을 것 같다.
혼자 돌아다니기는 너무 무섭고 영어도 안 되니 더더욱 그랬으면 안 됐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휑~한 마사이 마라 국립공원이 아쉬워서 ‘나중에 탄자니아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한번 더 가볼까??’하는 생각도 들 정도로 정말 멋지고 좋은 경험이었던 것 같다.
다음에 올 때는 영어가 통하는 상태로 와서 외국인들과 다양한 경험을 교류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