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를 다녀오고... 4편 (feat. AWS re:Invent 2021) - 세미나 넷째 날
회사에서 좋은 기회가 생겨 AWS re:invent(2021/11/29 ~ 2021/12/03)에 참석할 기회가 생겼다.
영어도 잘 못하고, 평상시 AWS를 직접 쓰지 않은지 오래 되기도 했지만 견문을 넓히자는 차원에서 지원하여 갔다오게 되었다.
살면서 미국에 처음 가보는 것이다보니 미국에서만 할 수 있는 걸 해보자
라는 목표를 세우고 갔으나 많은 실패들이 있었고, 영어가 잘 안되다보니 aws reinvent 컨벤션 후기 보다는 라스베가스 여행기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인사이트를 크게 얻지 못해 창피하여 aws reinvent 후기는 적지 못하고, 미국이라는 기회의 땅에 가본 경험을 휘발성 데이터로 냅두기 아까워 기억들이 더이상 날아가기 전에 이렇게라도 기록을 해둬야할 거 같아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쓰다보니 사진이 많아서인지 글이 좀 루즈해지는 감이 없잖아 있어 파트를 좀 쪼개보았다.
- 1편 - 인천공항에서 세미나 첫 날까지 (11/28 ~ 11/29)
- 2편 - 세미나 둘째 날 (11/30)
- 3편 - 세미나 셋째 날 (12/01)
- 4편 - 세미나 넷째 날 (12/02) - 현재 게시물
- 5편 - 세미나 마지막 날부터 인천공항까지(12/03 ~ 12/05)
날아서 그랜드캐니언까지
라스베가스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잘 몰랐는데 라스베가스와 그랜드캐니언은 가까웠다.
물론 차를 타고 가면 갔다 오는데 하루 종일이 걸릴 정도라서 그닥 가깝다고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미국의 땅덩어리를 생각해보면 가까운 수준인 것 같다.
새벽부터 차를 타고 갈 체력도 없기도 하고… 우리는 관광이 주 목적이 아닌 AWS 리인벤트가 주 목적이기 때문에 하루를 몽땅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가는 것도 매우 지루하기도 하고 주변 풍경도 막상 크게 볼 것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비용이 비싸긴 하지만… (인당 56만원 정도 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헬기장까지 이동하고 나서야 뭔가 헬기를 탄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나는 헬리콥터하면 영화에서 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에 뭔가 양옆이 뚫려있고, 머신건 같은 게 달려있어서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다보니 신체포기 각서 같은 걸 서명하고 탑승할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없었고, 양 옆에 문도 있어서 나름 안전하였다.
헬기가 이륙하는 장면을 찍어보았는데 정말 이때부터 실감이 제대로 났다.
헬기로 후버댐을 보니 진짜 미국의 대자연의 경관을 한껏 만끽할 수 있었다.
헬기로 이동하는 중에 절벽을 깎아 내린듯 한 비슷비슷한 풍경들이 눈에 들어왔다.
차로 이걸 몇시간 동안 지나갈 생각을 하면 너무 지루했을 것 같다.
역시 돈이 짱인 거 같다.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크게 체감하였다.)
헬기에서 착륙한 후 그랜드캐니언을 한바퀴 쭉 찍어보았다. (뒤에 더 있지만 사람 얼굴들이 좀 나와서 잘랐다.)
주위를 삥 둘러보았는데 뭐 비슷한 광경이었다.
미국의 대자연… 우와… 한 1~2분 정도 체감한 것 같다.
그 이상의 감흥이 오지는 않았지만 뭐 그래도 한국에서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고 자연들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나름 만족한다.
하지만 누가 또 오자고 하면 글쎄… 다시 올 정도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척박한 환경에 선인장도 자라고, 까마귀도 날아다니는 걸 보고 진짜 어디에든 생물이 존재는 한다는 사실도 신기했다.
아점 겸 해서 다과를 준비해줬다.
이것도 헬기 예약할 때 들어가있는 거긴 한데 여기선 뭐든 무서워서 이거 돈 안 내는 거냐고 물어보고 먹었다.
그리고 좀 느긋하게 먹고 싶었는데 헬기 기사가 시간 됐다고 싸갈 거면 싸가라고 재촉하였다. (물론 바람도 많이 불어서 좀 춥기도 하였다.)
돌아가는 길에도 몇컷 찍기는 했는데 이미 오면서 본 광경이기도 하고 비슷비슷해 보여서 흥미가 좀 떨어진 상태이긴 했다.
다시 일상 속으로…
오전에는 관광모드로 그랜드캐니언을 갔다왔다면 오후에는 라스베가스에 온 본질인 AWS 세션 듣기에 집중했다.
그 중에도 넷플릭스 세션들이 인사이트 얻기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넷플릭스의 Keeping Netflix reliable using prioritized load shedding 세션을 들었다.
발표자료는 이미 2020년 11월에 넷플릭스 테크 블로그에 올라온 Keeping Netflix Reliable Using Prioritized Load Shedding을 토대로 제작되었다.
어떻게 하면 넷플릭스가 서비스의 품질을 더 지킬 수 있는 건지에 대한 세션 발표였다.
나는 뒷단 서비스들이 망가졌을 때 서킷브레이커를 도입하여 장애 전파를 막는 것까지만 생각하였다.
하지만 트래픽이 너무 과하거나 기타 등등의 사유로 API Gateway가 힘들어한다면…? 같은 상황은 생각해보지 못했다.
넷플릭스는 트래픽이 하도 많아져 이런 상황까지 겪어봤을테고, 무작정 서버를 증설하는 대신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물론 너무 심각하면 증설해야하지만)
트래픽의 우선순위를 부여하여 리소스가 얼만큼 남았을테니 중요하지 않은 트래픽들은 실패로 떨구고… 하는 방식을 통해 유저의 실시간 스트리밍에는 영향이 절대 없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영어로 진행된 세션이니만큼 100% 이해를 하지는 못했지만, 괜히 넷플릭스가 테크 기업이 된 게 아니구나… 이런 식으로까지 생각을 해서 문제 해결을 해야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나의 경우에도 대입해보면 결제/환불 같은 중요 트래픽은 살리고 그 나머지 트래픽은 실패로 떨굼으로써 어떻게든 결제와 환불에는 문제가 없게 끔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정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세션이 끝나고 넷플릭스 엔지니어가 질문을 받는 시간을 가졌는데… 영어를 할 줄 모르지만 괜히 주변에 가서 뭐라도 하나 더 줏어 들었다.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인 엔지니어와 영어로 대화하는 다른 엔지니어를 보면서… 너무 부러웠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은 넷플릭스 엔지니어라면 어떻게 해결했을까? 그들은 어떤 문화와 사고방식을 갖고 있길래 이런 식으로까지 기술을 도입하게 된 것일까?
영어를 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팠던 상황이었다…
또 다시 관광모드로…
저녁은 Hot N Juicy crawfish에서 먹었다.
해산물이 나온다는 거 말고 아무것도 모른 채로 먹었는데 살짝 매콤하지만 맛있었다.
비닐 장갑을 껴도 그 사이로 국물이 슬쩍 들어오는 것도 같았고… 손에 냄새도 좀 벤다는 점이 단점인 것 같았다.
그리고 뭐 먹긴 하는데 메뉴가 계속 먹다보면 질리기도 하고 배가 막 엄청 부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TV에는 또 무슨 소 제압하기? 같은 대결을 하는지 카우보이들이 나와서 줄을 던져서 황소를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제압하는지를 겨루는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정말 미국은 카우보이 문화가 많이 발달한 것 같았다.
나는 스페인의 투우 같은 것만 생각했었는데 미국도 서부 시대에 카우보이 문화가 많이 발달했다고 한다.
간지 터지는 흑인 드러머
나는 개인적으로 힙합을 좋아하고 그 중에서도 드럼의 쿵치딱 거리는 소리가 좋아 붐뱁 장르를 좋아한다.
그러다보니 3개월 정도 드럼을 배우기도 하였고 드럼 소리를 좋아하는 편이었다.
근데 우연히 길을 가던 도중에 조약하지만 드럼 요소라 불릴만한 장비를 갖추고 있고… 거기다 소울풀 한 흑인이 앉아있다?
이건 못 참치~란 생각으로 한 곡 연주해줄 수 있냐고 물어보자 돈을 내야 연주해준다고 하였다.
어디서 들었는데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딱 그 말이 떠오르면서 프로처럼 보였다.
그리고 팁을 주겠다 얘기하고 바로 즉흥연주가 시작되었다.
흑인의 드럼연주도 기가 막혔지만 진짜 간지 터지는 포인트는 백인 노인과의 합주이다.
나는 둘이 팀인 줄 알았다, 근데 알고보니 백인 노인도 그냥 길가던 행인 중 한명이었다.
내가 생각한 예술가의 이상적인 그림이었고 정말 나의 심금을 울리는 연주였다.
바로 당장 귀국하자마자 드럼 레슨 끊어야겠다고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드럼 학원은 등록하지 않았다.)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돈을 잘 벌어야하고 잘 돼야한다는 생각에 나름 팁을 두둑히 줬던 걸로 기억한다.
한국에도 이런 공연들이 많아졌으면 하고 나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이런 연주라면 그에 대응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볼 용의가 얼마든지 있다.
라스베가스 속 에펠탑
조약하지만 에펠탑을 흉내낸 관광코스가 있길래 가보았다.
안에 들어가는 건 공짜지만 타워 위로 올라가서 구경하는 것은 돈을 내야한다.
진짜 라스베가스에서 카지노 빼면 섭할 정도로 어딜가나 카지노가 보였다.
우리나라도 남산타워에 사랑의 자물쇠인가 뭐시기인가… 있는데 어디가 원조인지 궁금해졌다.
에펠타워 꼭대기까지는 엘레베이터를 타고 이동하는데 이렇게 투명하게 뻥 뚫려있어서 밖이 보인다.
에펠타워 꼭대기에서 본 뷰도 정말 멋졌다.
그리고 뜻밖에 다른 외국인 커플이 프로포즈하는 장면도 보았다.
결혼하려면 이정도 되는 근사한 곳에 와서 반지 주면서 프로포즈를 해야 결혼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여자는 감동한 듯 울먹이며 남자를 끌어안았다. (이 순간 모두가 박수를 치며 축하해주었다.)
근데 여기서 또 재밌는게 남자/여자 둘 만 있던 게 아니라 남자 측 엄마로 추측되는 사람도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시어머니 앞에서 남자가 프로포즈를 한 건데… 마마보이인가? 이 생각도 살짝 들기도 하면서 문화 충격이었다.
한국에서 좀 과장해서 막장드라마 시나리오였다면 시어머니가 ‘네가 우리 애를 벌써부터 잡는구나 잡아?’하는 시나리오도 연출될 수 있을만한 그림이었다.
하여튼 미국이란 동네는 참으로 신기했다.
에펠타워의 하나의 장점은 벨라지오 호텔의 분수쇼를 위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땅에서 보는 분수쇼도 멋있었지만 위에서 본 분수쇼는 또 달랐다.
땅에서 보면 1차원 적으로 밖에 보지 못해 분수가 일렬로 나열돼있는 줄 알았는데 위에서 보니 동그란 모양의 분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타워 아래로 내려오면 국룰처럼 기념품 가게가 있다.
나는 여태까지 ty가 T
hank Y
ou의 줄임말인 줄 알았는데 브랜드 로고라는 걸 처음 알게 되었다.
re:Play
re:Play는 AWS re:Invent에서 행사 마지막 전날 밤에 진행되는 파티 같은 행사이다.
진짜 이건 미쳤다. 말로 설명이 안 된다. 테크 기업에서 스케일이 큰 행사를 하기도 힘든데 이렇게 넓은 대지를 빌려 파티 문화까지 만들었다고?
정말 정말 이건 미쳤다고 생각이 들고 아마존이란 기업에 존경심이 생겼다.
입구를 따라 쭉 들어오다보면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마냥 디제이가 신나는 음악을 흔들어 제끼고 있었다.
그 와중에 오징어게임을 리믹스 한 음악을 틀고 있었다. 국뽕이 차오르는 순간이었다.
re:Play에는 탁구 등등 여러 놀이거리도 있었지만 우리는 장애물 피하기 같은 것과 팀먹고 연타하여 누가 제일 빠르게 누르나 같은 걸 해보았다.
뭐니뭐니 해도 re:Play의 꽃은 디제잉인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클럽 같은 곳을 한 번 밖에 가보지 않았고 재미도 없었지만, 시간이 흐른 탓인지 나름 재미있었다.
하지만 미국이라 그런지 이런 곳에서까지 대마초를 피는 사람이 있었고 정말 냄새가 역해서 토하는 줄 알았다.
대마초하니까 떠오른 건데 마약에 호기심이 있다가도 그 역한 냄새를 맡으면 호기심이 싹 사라진다.
라스베가스에서도 특정 길거리를 지나가거나 하면 항상 역한 대마초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몸 한 3주간 안 씻은 노숙자 몸에서 나는 냄새인 줄 알았는데 대마초 냄새였다.
정말 그정도로 역하고 미국이란 나라에 한 번 더 충격을 받게 된 계기였다.
행사가 끝날 때 쯤 나오면 사람이 몰릴 것 같아 미리 나오면서 또 어디 줏어먹을 거 없나… 두리번 거리는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다가 티셔츠를 득템하였다.
행사 막바지라 그런지 필요한 만큼 다 가져가라고 해서 진짜 한 10장은 들고 온 것 같았다.
2장은 집에서 잠옷으로 요긴하게 쓰고 있고, 나머지는 회사 동료들에게 뿌렸다.
세미나 넷째 날까지의 소감 (12/02)
아침 일찍부터 스케쥴을 시작해서 밤 늦게까지 놀다보니 하루가 참 길었다.
확실히 그랜드캐니언을 보니 미국은 자연도 그 나라에 일부분인 것 마냥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하였다.
캠핑 같은 거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천국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넷플릭스라는 기업의 기술역량에 다시 한 번 존경심이 생겼다.
평상시 Hystrix니 Zuul이니 여러 오픈소스를 만들 정도의 기업이라 기술 중심 기업이라는 것은 어느정도 알고 있었는데 역시나 스케일이 다른 것 같았다.
그리고 넷째 날이 정말 제대로 라스베가스를 즐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지 폭발하는 흑인 드러머를 만난 건 내 인생에 있어서 잊을 수 없었다.
또한 re:Play라는 미친 파티를 경험하고 나서 아마존에 대한 존경심이 샘솟았다.
내일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에 이제 좀 마음이 놓이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