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를 떠나며... (feat. 레저큐)


오늘은 야놀자 서류상 퇴사일이다. (오늘까지 남은 연차를 사용했다.)
총 세 번의 이직 시도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여태까지 신입으로만 이직(프론트엔드 신입(5개월 재직) -> 백엔드 중고 신입)했고, 지인 추천을 통해서만 면접을 봤는데
이번 이직에서는 지인 추천도 있었지만, 내 힘으로 스스로 지원해서 합격까지 한 케이스도 많아서 굉장히 뿌듯한 경험이었다.
나와 같은 2~3년 차 주니어 분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 개인적으로 회고를 하고 싶어서 정리를 해봤다.

왜 퇴사를 결심했나

야놀자는 탄력 근무제(연장 근무를 했다면 다른 날 단축 근무 가능), 식비 지원, 분기별 야놀자 포인트 지급, 전용 사옥 등등의 좋은 복지들이 있다.
또한 Tech야, 놀자란 세미나를 할 정도로 탄탄한 개발문화와 유니콘 기업이 되는 등 굉장히 유망한 회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퇴사를 결심한 계기를 크게 두 가지다.

  1. 가장 큰 요인은 개발에 집중하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레저큐에서 야놀자로 조직이 이동되면서(완전히 퇴사 후 입사 처리되었다. 레저큐는 야놀자의 계열사인데 일부만 야놀자로 조직 이동이 된 상태다.) 레저큐의 인프라 쪽을 한 번 쭉 털고 가야하는 이슈가 있었다.
    평상시에 인프라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해당 업무를 맡게 되었고, 끝까지 털지 못하고 퇴사하게 되었다. (이후에는 시스템 엔지니어 쪽 팀에서 도와줄 예정인 걸로 알고 있다.)
    개발이 하고 싶었지만, 점점 인프라 쪽 업무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내 정체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서버 개발자인가? 아니면 시스템 엔지니어인가…?
    물론 인프라 쪽도 알면 좋지만, 아직까지는 개발이 더 마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연봉
    대부분의 이직 사유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나보다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도 안 좋은 대우를 받으시는 분들도 있을 거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자꾸만 위를 올려다 보게 되었다.
    네임밸류 기업에서 시작을 한 게 아니기 때문에 첫 시작 자체가 높지 않았던 탓도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그렇게 낮은 편도 아니었다.)

그 외에도 있긴 하지만, 너무 개인적인 일이기도 하고 크게 공감을 얻을만한 내용이 아니어서 적지 않았다.

세 번의 이직 시도

작년에 두 번, 올해 한 번의 이직을 시도했다.
공교롭게도 이직 시도할 쯤이 연봉 협상 시기와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그만큼 연봉 인상에 대한 갈증도 어느정도 있었던 것 같다.

첫 번째 시도, 오피지지

오피지지는 게임 랭킹/플레이 분석 등등을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회사이다.
우리나라 보다 외국 유저가 많은만큼 글로벌 경험도 해볼 수 있고, 또 트래픽도 굉장히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면접을 보러 건물 앞을 서성이자 프로게이머 면접 왔냐고 물어봤다.
프로게이머 구단을 꾸리고 있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우선 면접 중에 가장 신선했던 것은 자신있는 코드를 가져와서 직접 리뷰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코드를 제출하는 게 아니라 개인 노트북을 들고 가서 직접 코드를 돌리진 않고 IDE를 띄워놓고 하나하나 리뷰했다.
외부 사람에게 코드리뷰를 한 적은 처음이었고, 내 코드에 어떤 개선사항들이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결해나가야할지 등등에 대해서 피드백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이후에는 기술적인 질문들을 받았는데 이 때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단골 질문들도 나왔는데 평상시 그런 내용들은 물라도 일하는데 문제가 없었던 터라 공부를 미루고 있었다.
또한 면접 전에 반짝 공부해서 가기에는 회사에게 미안했다.
내 원래 모습이 아닌 거짓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기 때문에 회사에게도, 나에게도 좋지 않다고 판단을 했다.
그 이후에는 인사? 면접까지 바로 이루어졌다. (이건 뭐 다른 기업들이랑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 같아서 적을만한 게 없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고 나서도 해당 질문들을 정리하고 공부했어야 했는데 게으르게도 정리하지 않았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내 추측에 의하면 내가 답변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성향이 맞지 않았던 것 같았다.
당시에는 빨대를 꼽을나를 빠르게 성장시켜 줄 사수나 환경에 대해 갈망하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지만 나는 그대로인 것 같았다.
그러다보니 나를 바꿀 생각을 안 하고, 주변 환경을 바꿔서 쉽게 쉽게 가려고 했던 것 같다.
면접 때도 그런 태도를 계속 내비췄던 것 같은데 당시 오피지지는 그렇게 막 챙겨주고 가르쳐 줄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한다.

두 번째 시도, 쿠팡

쿠팡은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회사이다.
프론트엔드 스터디 강의를 해주신 두 분께서 쿠팡 출신이기 때문에 쿠팡에 대해 굉장히 기대가 크고 벽도 높다고 생각했다.
경력이 적었던 터라 내부 추천으로 들어가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였고 신입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운 좋게 서류를 통과하고 코딩 테스트를 볼 차례가 되었다.
카카오 블라인드 채용 코딩 테스트 문제를 봤을 때 이걸 다 푼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였다.
그 중에 1/5도 못 맞출만큼 평상시에 알고리듬에 관한 공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거의 벼락치기 수준으로 코딩 테스트를 준비했다.

결과는 불합격이었다.
개인적인 기준에는 너무 어려웠다.
초반 1~2 문제는 시간이 좀 걸렸고, 풀었던 문제들도 나이스하지 못하게 풀었다.
뒤로 가면 갈 수록 도저히 실무에서 겪어보지 못한 복잡성이었다.
지금 다시 풀라고 해도 못 붙는다.

이렇게 나에게 코딩 테스트는 넘사벽 급의 존재가 되었다.
이 때부터라도 알고리듬 공부를 열심히 했어야했는데 또 게으름 탓에 알고리듬 공부도 딱히 하지 않으며 시간만 흘러갔다.

세 번째 시도

세 번째 시도부터는 올해에 시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공격적으로 동시에 여러 곳을 면접봤다.
일주일에 면접을 5번 본 적도 있고, 심지어 오전에 한 개, 오후에 한 개 이렇게 본 날도 있었다.
떨어지기도 많이 떨어졌고, 붙기도 많이 붙었다.

탈락한 기업

  1. 스노우
    스노우는 스마트폰의 카메라 필터나 영상과 관련된 앱을 만드는 회사이다.
    비개발자인 친구들도 많이 사용하는 앱이라 스노우 지원했다고 자랑도 했다.
    하지만 서류부터 광탈했다.
  2.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는 국내 최초로 온라인 100% 은행이다. (오프라인 은행 지점이 없다.)
    평상시에 크게 사용하진 않지만(역시 사람은 익숙한 것을 바꾸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도 간편함과 혁신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정말 좋게 생각하고 있었다.
    스노우의 전례가 있기 때문에 이번엔 친구들에게 설레발을 떨지 않았다.
    서류를 열심히 작성해서 제출했지만 역시나 서류에서 탈락했다.
    지원동기를 적어내는 칸에 거짓말을 치지 않는 이상 나를 어필하는 능력이 부족했다.
    금융 쪽은 아예 경험이 없기 때문에 뭐라 적을 내용이 없었는데 그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떨어졌던 게 아닐까 싶다.
  3. 카카오
    카카오는 카카오톡이라는 메신저로 성장하여 다음 포털까지 인수한 회사이다.
    월간 카카오를 통해 도전했고, 한 달에 한 번씩 볼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부담 가지지 않고 지원했다.
    서류까지는 어찌저찌 통과했지만, 역시나 코딩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카카오는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준 아주 고마운 회사이다.
    회사마다, 팀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여태까지 봐왔던 코딩 테스트(카카오 블라인드 채용, 쿠팡 신입)와 비교해보면 난이도가 너무 낮았다. (그렇다고 발로 풀어도 될 정도까진 아니고…)
    아마도 신입은 경력이 없다보니 증명할 게 코딩 테스트 말고는 없어서 좀 빡세게 냈던 게 아닐까 싶다.
    따라서 경력은 프로젝트 이력 등등을 통해 증명할 수 있으니 다소 코딩 테스트의 비중을 좀 낮춘 게 아닐까 싶다.
    실제로 내가 본 다른 기업의 코딩 테스트는 전부 카카오의 코딩 테스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네오펙트

네오펙트는 의료 재활 솔루션 회사이다.
생소한 도메인이기도 하고, 서버 개발자가 뭐 할일이 크게 있나… 싶을 정도였는데
의료 재활 기기와 앱을 연동해서 재활을 쉽고 재미있게 도와주는데 이 때 앱에서 사용할 API 서버를 개발하는 업무의 담당자를 뽑고 있었다.

서류까지는 무사통과 되고, 그 이후에 코딩 테스트를 봤는데 신기하게 SQL, 자바스크립트(DOM 지식이 필요한) 문제들이 나왔다.
솔직히 다른 코딩 테스트들은 어떤 문제는 ‘이 회사는 실무에서 이정도 복잡성을 다루면서 이런 문제를 내나?’ 싶은 수준의 문제도 많았는데 네오펙트는 참 실용적인 문제들만 나와서 좋았다.
(그만큼 내가 준비가 덜 됐기 때문에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코딩 테스트 통과 후에 주말에 두 명의 면접관과 함께 행아웃으로 라이브 코딩 면접도 보았다. (손코딩은 아니고 IDE를 사용해서 풀었다.)
라이브 코딩이기 때문에 구글링을 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초반에 좀 뻘뻘대다가 해도 된다는 소리를 듣고 정말 실용적으로 면접보는 것 같아서 좋았다.
문제 자체는 Easy 레벨이었는데 초반에 너무 성급하게 문제를 푸는 바람에 이해를 잘못해서 시간을 정말 많이 날렸다.
어찌저찌 문제를 풀고 코드를 제출했다.
너무 덜렁대는 성격을 보여준 것 같아 불안했는데 어찌저찌 통과했다.

마지막으로 기술 면접과 인사 면접을 하루에 몰아서 보았다.
오피지지 이후로 첫 번째 기술 면접이기 때문에 오피지지에서 대답하지 못했던 부분들은 많이 공부해둔 상태였다. (실무를 통해 경험하다보니 자연스레 공부한 내용들도 있었고…)
하지만 자바 관련된 질문들, 스프링 관련된 질문들은 전혀 하지 않았다.
오로지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 이력에 대해서만 물어봤다. (그 이외의 질문도 좀 있긴 했지만)
이후에 면접관에게 왜 그런 내용은 물어보지 않았냐고 여쭙자 ‘자신들이 질문한 것만으로 어느 정도 검증이 되기도 하고, 그런 걸 물어봐도 뻔한 대답이 돌아오기 때문에 제대로 검증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던 것 같다. (정확히는 기억이…)

결과는 합격이었다.
처음으로 합격한 회사라 기분이 정말 좋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가는 순간 입사하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거리가 너무 멀기도 하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서 집에 가면서 마음이 많이 돌아섰다.
하지만 굉장히 실용적인 부분만 검증한 것 같아서 굉장히 좋은 면접 경험이었다.

네이버 파이낸셜(분사 예정)

네이버 파이낸셜은 네이버 페이라는 간편 결제 서비스를 개발하는 핀테크 회사이다. (아직은 네이버 소속)
네이버 파이낸셜은 미래에셋에서 5000억을 투자(예정)받을 정도로 미래에 촉망받는 회사이다.
나는 간편결제라면 대부분 네이버 페이 밖에 안 쓰고, 굉장히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지원했다. (네이버라는 네임밸류도 한 몫 했다.)

신기하게 코딩 테스트는 보지 않고 서류를 합격하였다.
대신 면접장에서 화이트보드에 손코딩(정확한 문법까지 작성하진 않아도 됨)과 A4 용지에 출력된 문제들을 푸는 걸로 코딩 테스트를 대체했다.
내가 경력이 짧다는 이유로 이런 과정도 있었는데 경력이 많은 경우에는 이마저도 스킵하지 않을까 싶었다.
1차 면접에서는 역시나 프로젝트 위주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면접이 끝난 후에 선물을 받았는데 2019년이 절반 이상 흘러갔는데 캘린더가 선물에 포함된 건 조금 아쉬웠다.

1주가 흐른 후에 합격 메일을 통보 받고, 2차 면접 날짜를 잡았다.
2차는 기술 심층 면접이었다.
1차에서 물어보지 않았던 부분들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받았다.
초반에는 인프라 쪽 질문을 많이 받았고, 면접관 분도 개발자 불러다놓고 너무 인프라 쪽 얘기만 한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많은 질문들이 나의 추측으로 밖에 답변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지식이 크게 부족했다.
그 때마다 면접관 분들은 정답을 원하는 게 아니라 그냥 알고 있는 그 대로 한 번 얘기해보라고 다독여주셨다.
그래서인지 면접이 끝날 때 쯤에는 몸에 산소 공급이 부족한 느낌이 들 정도로 얘기를 많이 했고, 머리에서 김이 나는 것 같았다.

또 1주가 흐른 후에 합격 메일을 통보 받고, 마지막 3차 임원진 면접 날짜를 잡았다.
임원진이기 때문에 비개발직군이 들어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내가 하는 말을 전부 이해하시는 걸 보아 개발자이거나 개발자 출신 같아 보였다.
그리고 블로그 하는 걸 굉장히 높게 평가해주셨고, 면접을 보는 내내 긍정적인 신호를 받았다.

결과는 합격이다.
개인적으로 1차에서는 프로젝트 위주로, 2차에서는 기술 위주로 평가를 받아서 다방면에서 고루고루 평가를 제대로 받았단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3차까지 면접과정이 있다보니 역시 몸과 마음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 수록 지침을 느꼈다.
1차와 2차는 하루에 몰아서 봤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그러면 내가 지쳐 쓰러졌을 지도 모르겠지만…)

밸런스 히어로

밸런스 히어로는 인도에서 무선통신요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 등등을 제공해주는 앱(트루 밸런스)을 개발한 핀테크 기업이다.
처음에 채용 담당자로부터 카카오톡으로 연락이 왔다. (주변 지인을 통해서 내 번호를 알았다고 한다.)
나는 인터넷에 핸드폰 번호를 공개한 적이 없어서 맨 처음엔 스팸인가 싶어서 무시했지만 내 주제에 오히려 굴러들어온 기회를 걷어차버리는 것 같아서 먼저 채용 담당자를 만났다.

처음에는 별 생각없이 만났는데 정말 흥미로운 서비스 같았다.
일단 인도 인구가 13억 명이나 되고, 인도는 현재 개발이 크게 되지 않았고,
매달 1,000만명이 스마트폰을 신규가입하고, 인터넷이란 환경을 스마트폰으로 처음 접하는 세대가 대부분이라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러다 보니 비싼 아이폰은 거의 쓰지 않고, 또 대부분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접했기 때문에 프론트엔드 개발자 보다는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클라이언트 쪽 주력이란 사실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서비스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인도 현지에 무조건 방문한다는 사실을 듣고 설렘 반, 두려움 반이었다.

바로 그 날 저녁에 이력서를 보내고, 시간이 흘러 서류는 통과하고 코딩테스트를 봤다.
다른 코딩 테스트와 비슷한 수준이었는데 샘플로 등록된 테스트 코드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테스트 코드를 등록해서 돌려봤는데 내가 등록한 테스트 코드는 잘 통과했다.
그래서 바로 제출을 했는데 말하기 창피한 수준의 점수가 나와서 한숨을 푹푹 쉬어가며 떨어졌다고 생각했는데 웬걸 합격 메일이 날아왔다.

1차로 기술면접을 봤는데 그 날 처음 위워크를 방문해봤는데 상당히 시설이 좋아서 일하는 분위기 보다는 노는 분위기가 났다.
그리고 건물은 높은데 엘레베이터가 두 대 뿐이 없어서 엘레베이터 전쟁도 어느 정도 예상되었다.
네오펙트는 프로젝트 이력만 물어봤던 것에 비해서 밸런스 히어로는 기본적인 기술 관련된 질문도 좀 했다. (JVM 메모리 구조나 GC 같은…)
그리고 내가 진행한 배포 서버 구축 프로젝트에 대해서 내가 CI/CD 서버 구축이라고 적어놨는데 사실 단순히 배포 서버만 만든 건데 해당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모르고 사용했다는 것도 피드백을 해주셨다.

1차 면접에 대한 결과는 그날 저녁에 바로 와서 여기 사람이 그렇게 급한가… 싶었다.
(아니면 내가 그만큼 뽑고 싶은 인재인가…란 생각도 들긴 했지만 아직 김칫국 마시기엔 일렀기 때문에 애써 자기 최면을 했다.)
2차 면접은 1차에서 기술에 대한 걸 봤기 때문에 전형적인 임원진 면접으로 알고 있었는데 테크 리더 분께서 들어오셔서 기술 심층 면접을 보았다.
블로그에 대해 얘기를 하다가 심도있게 작성한 글을 얘기하다보니 직접 심도있게 적은 글을 골라보라 하고 그에 대해 설명도 부탁하셨다.
그렇게까지 디테일하게 블로그에 대해서 물어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해시맵이나 GC의 구조 등등에 대해서 좀 더 심도있게 질문해주셨는데 처음엔 내가 답변을 제대로 못하자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끔 질문을 유도해주셨다.

결과는 합격이다.
코딩테스트까지는 일반적인 속도였지만, 그 이후부터는 굉장히 빠르게 채용이 진행되고 결과도 빨리 알려줘서 좋았다.

비바 리퍼블리카

비바 리퍼블리카는 간편 송금 서비스로 시작한 토스란 앱을 만들고, 토스로 이름이 더 많이 알려진 핀테크 스타트업이다.
토스하면 복지라던지, 여러가지 무성한 소문 때문에 굉장히 높은 벽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토스는 다른 회사와 달리 코딩 테스트를 일절 보지 않았다. (손코딩도 마찬가지로)
이유를 물어보니 코딩 테스트로 역량 검증이 힘들다고 했던 걸로 기억한다.

서류 넣자마자 다음날 연락이 와서 그 다음주에 바로 1차 기술 면접 날짜를 잡았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프로젝트 관련된 질문이었고, 다른 데서는 인프라 쪽 얘기를 많이 했는데 여기선 서버 개발 쪽 얘기를 많이 했다.
내가 MSA 경험이 없고 대용량의 트래픽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보니 그에 대한 답변을 못하자 계속해서 답변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을 해주셨다.

그리고 그 다음날 바로 합격 전화가 와서 또 그 주에 2차 문화 면접 날짜를 잡았다.
임원진 면접도 아니고, 문화 면접이기 때문에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지 막막해서 지인에게 조언을 구했다.
지인은 아래와 같이 조언해주었다.

  1. 인생의 목표를 설정해라.
  2. 인생의 목표와 회사의 목표를 봐라.
  3. 공통점을 찾아라.
  4. 공통점이 없다면, 혹은 현저히 적다면 과감히 포기해라.

나는 거짓말을 쳐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곳은 들어가야하나 싶었는데 그 분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회사나 본인 둘 다에게 손해라고 말씀해주셨다.
누구나 해줄 수 있는 말이지만 나에겐 굉장히 영향력이 큰 분이라 위 조언을 토대로 아래와 같이 행동해보았다.

  1. 인생의 목표를 정한다.
  2. 내 인생의 목표를 이루려면 뭘 해야할까?
  3. 회사가 내 인생의 목표를 이루는데 도움이 될까?
  4. 된다면 어떤 부분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위와 같은 고민을 하자 토스에는 내 인생의 목표를 이뤄줄만한 점이 있기 때문에 그걸 토대로 면접을 준비했다.
이 시간은 불과 3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배민의 2차 면접을 위해 1주일 간 배민다움 책을 읽은 것에 비하면(1주일 내내 읽은 건 아니지만)
굉장히 단시간 내에 2차 면접 준비를 마쳤고, 확신 또한 있었다.

2차 면접은 위에 고민한 내용을 토대로 정리해서 답변을 했고, 나를 당홯하게 만드는 질문이나 내용들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확신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이상한 답변을 한 것 같진 않다.
그리고 토스가 어떻게 일하는지, 정말 기업 문화가 어떤 문화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면접이었다.

결과는 합격했는데 바로 그 날 저녁에 알려주었다. (저녁에도 열심히 일하는 무서운 사람들…)
다른것보다도 내가 여태껏 경험해본 모든 채용과정을 통틀어 제일 빨랐다.
모든 과정이 1주일 내로 다 끝났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도 구직자를 배려해주는 한 부분인 것 같다고 느꼈다.

우아한 형제들

우아한 형제들은 배달의 민족(줄여서 배민), 배민찬, 배민 라이더스 등등의 서비스를 만든 회사로 오히려 배민이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있다.
우아한 형제들을 처음 지원할 때는 굉장히 망설였다.
월간 카카오와 달리 한 달에 한 번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기 때문에 재도전하기까지 쿨타임(기간)이 어느정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발이 하고 싶다는 강한 욕구와 기술 블로그와 다양한 세미나 등등을 통해 개발 문화가 탄탄한 게 눈에 보였기 때문에 고민 끝에 지원했다.

이력서 양식에서부터 신경을 많이 쓴 티가 났다. (내가 쓴 이력서를 재활용하지 못해서 좀 귀찮았지만…)
일반적인 회사의 지원동기 같은 건 물어보지 않았고(아마도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배민의 B급 감성과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인지 노래와 시를 인용해서 작성하는 내용도 있었는데 평상시 가사 보다는 비트 위주의 음악을 듣다보니 해당 내용을 그냥 무시하고 적었다.

1주일 정도가 흘러 코딩 테스트 메일이 와서 서류는 합격인 줄 알았는데 코딩 테스트까지가 서류 전형이었다.
문제는 크게 어렵진 않았는데 복잡도(리스트가 엄청 크다거나) 부분에서 타임아웃이 발생했다.
시간이 없는 관계로 제출을 하긴 했는데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또 1주일 정도가 흘러 코딩 테스트는 합격 메일이 오고, 그로부터 또 1주 후에 이제 1차 기술 면접을 보게 되었다.
이번 기술 면접 때도 자바나 스프링 같은 기본적인 기술보다는 프로젝트 이력 위주로 물어보았다.
내가 인프라 쪽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자 내 정체성(본인은 인프라 쪽이냐, 개발 쪽이냐)을 여쭤보고 내가 개발이라고 답하자 안심하는 듯 했다.
면접 분위기도 딱딱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풀어주어서 좋았다.
코딩 테스트에 관한 건 내 코딩 습관(메서드를 쪼개거나 변수 앞에 final을 붙이는 등등)에 대해서만 물어보았다.
면접 중간중간 공부 열심히 했다는 칭찬도 들었는데 이 때부터 자신감이 엄청 붙기 시작해서 면접이 끝나고 붙었다는 자신이 생겼다.
한편으론 면접을 못봤다고 생각했을 때도 붙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반대로 되는 게 아닐까, 나 혼자 헛소리 하다 온 게 아닐까 걱정이 됐다.
면접이 끝나고 배민의 B급 감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주는데 면접 때 뭘 받아본 적은 처음이어서 기분이 되게 좋았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가 흘러 1차 합격 메일이 오고, 2차 임원진 면접을 그로부터 1주 후에 보았다.
면접 보기 하루 전날에 스타벅스 기프트콘을 주는 것 또한 면접자를 배려해준다는 걸 크게 느낄 수 있었다.
정말정말 들어가고 싶은 회사이기 때문에 배민다움이란 책도 읽었다.
개인적으로 배민에 들어갈 생각이 없더라도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한 기업의 역사와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또 어떻게 충성도 높은 고객을, 그런 문화들을 만들어냈는지 엿볼 수 있는 기회이다.
책을 본 덕분에 면접은 괜찮게 봤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로부터 1주일 정도가 흘러 최종 합격 메일이 왔다.
면접자를 배려하는 점은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지만 길었던 면접 과정에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것 같았다.

나는 어떻게 합격할 수 있었을까?

자만이 아니라 내 주관적인 판단 하에 어떤 이유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기업들에 합격할 수 있었는지 고민해봤다.
하나하나 나열해서 과거로 올라가자면 끝이 없을테니 적당히 추려보았다.

연차대비 다양한 경험

나는 다음과 같은 경험을 해보았다.

  1. 프로젝트 세팅(Gradle, JDK, 기술 스택)
  2. 서버 세팅(AWS의 VPC, Subnet, Routing Table, NAT Gateway, EC2, ELB, EB, Security Group, Route 53, RDS, ElastiCache 등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보았다.)
  3. 성능 개선(지도보기 API 응답 15MB -> 2MB로 줄임, 응답 속도를 22초에서 0.5초로 단축)
  4. 기존 로직을 수정할 때 먼저 기존 로직을 손대지 않고 성공하는 테스트 코드를 작성한 후에 로직을 개선하면서 테스트가 실패하지 않게 끔 하며 리팩토링
  5. Dogfooding(외부에 제공할 서비스를 사내에서 미리 적용해봄) 용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Spring WebMVC를 사용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먼저 Webflux를 제안해주셔서 Webflux에 대한 간단한 이해도 및 장단점
  6. 인프라 경험
    1. 자동화된 배포 서버 구축 및 배포 방식 통일(Jenkins, Ansible)
    2. 서버 환경 통일(Docker)
    3.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Prometheus, Exporter, Grafana)
    4. Scale In/Out에 대비하여 유동적으로 서비스 디스커버리(Consul)

위와 같은 경험은 주니어에게 AWS에 대한 제한을 걸지 않았던 환경(각자 DevOps로 일하는 문화)과 독자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던 환경,
지속적으로 AWS 쪽에 관심을 표하니 인프라 쪽 업무도 맡을 수 있게 된 환경이 나에게 주어졌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복이 참 많았다.

블로그

이번 면접에서 블로그에 대해 얘기가 나오지 않은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먼저 언급을 해주거나, 블로그 글 재밌게 잘 봤다고 얘기해주거나, 블로그에 나온 내용 중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거나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3년 전, 처음 블로그 시작은 개발자로 취직하기 전에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더 적어보고 싶은 마음에, 스타 개발자가 되고 싶은 마음에 시작했다.
하지만 이제 블로그에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이해도가 많이 줄어드는 것 같고, 정리를 해놓으면 마음이 좀 안심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으를 땐 여전히 잘 안 쓴다 ㅠㅠ…)
또한 블로그를 해서 손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는 말조심 해야할 일이 더 많을 것 같다.)
따라서 뭐가 됐던 블로그에 조금씩 남기다 보면 하나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싶다. (광고 수익으로 돈까스를 공짜로 먹으려는 심산도 있긴 하다.)

자신감

뭔소리냐 싶을 수 있겠지만, 합격하는 곳이 생기고 심지어 칭찬해주거나 면접 잘 봤다고 얘기해주는 면접관도 있다보니
그 이후에 보는 면접에서는 더 잘 대답한 것 같았다.
심지어 준비를 덜 했는데도 잘 본 기업도 있었다.

물어볼 게 비슷해보였고, 그에 대해 나는 준비됐다라고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하니 두렵지 않았다.
그전에는 ‘어떻게 내가 감히, 나는 아직 부족해’라는 생각으로 의기소침해하며 제대로 대답도 못하거나 이직 시도할 생각 조차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을 가지고 나니 남은 면접들이 전부 수월하게 잘 풀렸다.

이력서

지인의 조언을 받아 전형적인 국문 이력서에서 프로젝트 중심의 정보들만 남긴 이력서로 탈바꿈했다.
전형적인 국문 이력서(사진, 성별, 나이, 주소, 학력, 성장배경 등등)는 기술 중심의 회사라면 그닥 궁금해할 거 같지 않았다.
‘개발자가 개발만 잘하면 되지, 뭐가 중요하냐’라는 생각에 수정을 했는데 매우 잘 한 것 같다.

마치며

최종적으로 이직하기로 한 회사가 있긴 하지만, 수습 3개월이라는 큰 관문이 남아있기 때문에 공개하기엔 이른 것 같다.
연말 쯤에는 속시원히 어떤 회사 다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면접 때 느낀 점은 회사에서 원하는 인재는 다 비슷한 것 같았다. (문화만 좀 다를 뿐이지)
결국엔 잘하는 사람을 원한다. (내가 잘한다고 막 자만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적어도 현재 잘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해서 미래 잠재 능력을 보는 것도 같았다. (아마도 나는 이 축에 속하는 것 같고 이건 연차가 적은 주니어까지만 먹힐 것 같다.)
대부분이 엄청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많이 물어봤다. (전부 자사 서비스 회사를 가서 그런 경험이 중시된 부분도 있겠지만)
결국 프로젝트 경험을 쌓아야하기 때문에 개인적인 토이 프로젝트나 오픈 소스 쪽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또한 거짓말 칠만한, 가식적인 질문들(직장 상사의 부당한 지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등)이 없었고, 나의 솔직한 대답(지원 동기)가 좋게 작용했다.
유튜브나 블로그에 저런 것 관련해서 어떻게 답변해야하는지, 면접관이 듣고싶어하는 답은 정해져있다 뭐 이런 내용을 어느 정도 봤었는데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았다. (덜 간절했던 건지도 모르겠지만…)
지원 동기에 대해서 어떤 회사에는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사람 보고 지원했습니다’, 또 어떤 회사에는 ‘평상시에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인데 제가 만들고 남들이 쓰는 거 보면 뿌듯할 거 같아서’,
또 다른 회사에는 ‘대용량 트래픽에 대한 경험이 없다보니 그런 경험 하고 싶어서’ 이렇게 말했다.
인터넷에서 말하는 ‘그 회사여야만 하는 이유’, ‘다른 회사에도 써먹을 수 있는 이유면 안 된다’라는 내용에 완전 위배했다.
만약 내가 자신이 없었다면, 준비가 덜 됐더라면 저런 내용들로 나 자신을 숨기고 포장했을 거다.
하지만 나는 기술로 승부하는 개발자이기 때문에 숨김없는 나의 기술 실력으로 승부했는데 좋게 작용한 것 같고, 전부 기술 중심의 회사이기 때문에 먹힌 전략 같았다.

그리고 이번 이직을 통해서 개발자 측면에서도 많은 성장을 했지만, 한 사람 측면에서도 엄청난 성장을 했다.
열심히 하고, 잘 한다고 이직 해보라는 권유를 주변으로부터 종종 받았다.
하지만 그럴 때일 수록 ‘카프카도 잘 모르는데, 레디스도 잘 모르는데, MSA로 서버 구성도 안 해봤는데, 알고리듬이나 자료구조도 잘 모르는데, 객체지향도 잘 모르는데, 스프링도 잘 모르는데’ 이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준비하고 봐야지’란 생각으로 계속 공부만 해왔다. (사실 경력 중에 공부 안 하고 인생 낭비한 세월이 절반은 된 것 같다. 물론 공부한 하면서 살진 못하겠지만…)
하지만 이번 이직을 통해 내가 합격하지 못할 곳이라고 생각한 기업들에 많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합격도 많이 했다.
그러다보니 내가 생각한 나보다 나는 좀 더 가치가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 내 가치를 내 스스로 깎아내리고,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시간을 많이 낭비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떻게 보면 자만일지 모르겠지만 정도 차이는 있더라도 내 가치를 내 스스로 판단하지 못한 건 사실이었다. (물론 지금도 정확히 판단하진 못하지만…)
그러다보니 말이나 행동할 때 자신감이 붙다보니 계속해서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사실은 주변에서 천년 만년 말해줘도 죽었다 깨어나도 깨닫지 못한다.
본인이 직접 깨달아야한다. (물론 그만한 준비를 해왔다는 전제 하에…)
하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깨달아야한다.
당신의 가치를 계속해서 깎아내리는 일이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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